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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봄날엔 가시도 순하다

by 한종호 2020. 4. 11.

신동숙의 글밭(129)


봄날엔 가시도 순하다





두릅나무에선 두릅나무 순이
엉게나무에선 엉게나무 순이
제피나무에선 제피나무 순이


가시나무에 돋은 어린잎들마다
봄날엔 가시도 순하다


여리고 순한 가시잎을
끓는 물에 데치고
양념장에 버무린다


가끔은 뾰족해진 내 가슴에서 돋아나는 순도
여리고 순할 때 부지런히 뜯어서
씁쓸한 약으로 나물반찬으로


끓는 가슴에 데치고
맑은 눈물로 씻어서
사색의 양념장에 버무릴까


감사와 평화의 기도손 모아
순한 쌈으로 저녁밥상에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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