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80)
독주를 독주이게 하는 것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듣는다. 듣는다 생각했지만 실은 보고 듣는다. 연주와 함께 연주자와 지휘자 혹은 청중의 표정을 대하면, 소리만 듣는 것과는 또 다른 감흥을 느끼게 된다. 연주 현장에 있다는 느낌까지는 아니더라도, 호흡을 같이 한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고 마침내 지휘자 옆에 서서 자신의 때를 기다리던 바이올린 솔리스트가 연주를 시작한다.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들을 때면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다. 문득 눈보라가 치는 광활한 시베리아 대지 위에 서 있는 듯하다. 화가가 그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한다면 작곡가는 음악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한다.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한 방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복된 일이다.
솔리스트가 연주를 한다고 해서 다른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두 손을 놓고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지휘자의 지휘를 따라 함께 연주를 한다. 그렇게 함께 연주를 하는 악기 중에는 당연히 바이올린도 있다. 한 대도 아니고 여러 대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독주를 독주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이올린이라는 같은 악기, 그것도 숫자로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여러 바이올린이 연주를 하는데, 그럼에도 독주를 독주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지나간다.
나는 음악을 잘 알지 못해 그것을 설명할 길이 없다. 수많은 악기가 연주를 하고 있고, 같은 악기인 바이올린 여러 대가 연주를 해도 바이올린 솔리스트의 연주가 묻히지 않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어떤 배려, 혹은 어떤 음악적 장치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내가 아는 것은, 많은 악기가 연주를 하면서도 그 모든 연주들은 솔리스트의 연주를 돋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멈춤이든, 낮춤이든, 귀 기울임이든, 사라짐이든 그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지 못하지만 모든 악기들은 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한다.
우리 삶도 그럴 순 없는 것일까 싶다. 그것이 무엇인지 다른 이들이 눈치 채지 못한다 해도, 나를 통해 오롯이 하늘 뜻이 드러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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