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487)
마음에 걸칠 안경 하나 있었으면
안경을 맞췄다. 어느 날부터인가 책을 읽다보면 글씨가 흐릿했다. 노트에 설교문을 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쓰면서도 받침이 맞나 싶을 때도 있었다. 마침 교우 중에 안경점을 하는 교우가 있어 찾아갔다. 일터에서 교우들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이 새롭다. 마침 손님이 없어 같이 기도를 하고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은 집사님이 우선 검사부터 하자고 한다. 자리에 앉아 정한 자리에 턱을 괴자 집사님이 내 눈을 기계로 살핀다. 그런 뒤에 집사님이 가리키는 숫자를 읽는다. 애써 잘 읽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이번에는 두툼한 철로 된 안경을 쓰게 하고는 렌즈를 바꿔 끼우며 다시 글자를 읽게 한다. 글자가 한결 또렷해진다.
다초점렌즈보다는 가까운 것이 잘 보이는 렌즈를 먼저 써보기로 한다. 읽고 쓸 때의 불편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겠다 싶었다. 처음으로 쓰는 안경, 뿔테를 택했다. 나도 이젠 안경을 쓰는구나 싶은 작은 아쉬움이 지나는데, 증세가 이제 나타난 것은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집사님이 위로를 한다.
안경을 쓰고 책을 읽고 글을 쓰니 새롭다. 희미한 것이 밝아져 마치 어둑한 데서 읽고 쓰던 중에 불을 켠 것 같다. 마음에 걸칠 안경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희미했던 세상을 밝게 바라볼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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