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11)
슬픔을 극복하는 길
박종구 씨가 맞은 환갑은 쓸쓸했다. 늘 궁벽한 삶, 음식 넉넉히 차리고 부를 사람 모두 불러 즐거움을 나누는 여느 잔치와는 달리 조촐하게 환갑을 맞았다. 친척 집에서 준비한 자리엔 가까운 친척 몇 명이 모여 아침식사를 했을 뿐이다. 별 차이는 없었겠지만, 환갑 맞기 얼마 전 부인마저 먼저 보낸 환갑이었기에 쓸쓸함은 더했다. 식사를 마치고 건너편 응달말 언덕배기 박종구 씨 집으로 건너가 식구들과 둘러앉아 예배를 드렸다.
마침 그 날이 주일, 예배 시간 우리는 박수로써 환갑을 맞는 박종구 씨를 축하했다. 예배를 마쳤을 때, 여선교회장인 이음천 속장은 교회에서 떡을 준비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그 얼마나 좋은 생각이냐며, 우리는 서둘러 서로에게 연락을 했다.
저녁예배를 마치고 우리는 빙 둘러 앉아 떡을 떼며 즐거움을 나눴다. 고맙다 인사하러 나온 박종구 씨는 울먹이며 찬송을 불렀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고마워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떡과 음료수, 그 역시 작고 조촐한 것이었지만 아마도 그 시간은 그중 정 깊은 시간이었지 싶다. 슬픔을 극복하는 길은 그런 곳에 있었다.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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