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당신의 마른 생

한희철의 얘기마을(34)


사랑합니다, 당신의 마른 생


그렇게 즐거운 모습을 전에 본 적이 없다. 대절한 관광버스 안, 좁은 의자 사이에 서서 정말 신나게들 춤을 추었다.


이음천 속장님의 셋째 아들 결혼식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오는 길, 차 안은 스피커에서 울려 나오는 빠른 템포의 노래로 가득했고, 노래에 맞춘 춤의 열기로 가득했다.


오늘은 이해해 달라고 몇몇 교우들이 맨 앞자리에 앉은 날 찾아와 미안한 듯 말했지만 이해할 게 어디 있는가, 같이 춤추지 못하는 자신이 아쉬울 뿐이지.


춤과 술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만큼 난 삶과 멀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예수라면 그들과 어울려 좁은 틈을 헤집고서 멋진 춤을 췄을 텐데!


종설이 아버지와 섬뜰 반장님의 멋진 춤! 엉덩이를 뒤로 빼고 한쪽 다리를 흔들어대는 준이 아빠의 멋진 장단, 그 뒤를 이어 밑 빠지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란하게 두들겨대는 발장단, 농사일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 그런 게 다 언제냐 싶게 모두의 얼굴엔 함박웃음들이 번졌다. 



예전 같았으면 나도 분명 이런 모습을 보곤 촌스럽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그건 촌스러운 게 아닌, 지극히 자연스럽고 신명나는 일었다. 이렇게 신나게 춤추며 한데 어우러지며 가슴 속 맺혔던 삶의 응어리 춤과 노래로 풀어내는데 추하거나 촌스러운 것이 어디에도 없었다.


속장님이 이리도 멋지게 춤 잘 추는 줄 오늘에야 알았네. 이보소, 이 속장님, 앞으로 그 춤 좀 자주 구경합시다. 뜨거운 열기 속, 잠든 아기를 품에 안고 난 흔들리는 글씨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반은 거짓이라 해도 좋고

반은 위선이라 해도 좋습니다.

그러면 남는 게 없습니다만

그래도 나 당신들 사랑합니다.

겪는 슬픔 알기에

쌓인 설움 알기에

더욱 당신들 사랑합니다.


오늘 당신들의 춤과 노래

젖은 눈으로 바라보며

젖은 눈으로 밖엔 더는 바라볼 수 없는

당신들의 마른 생

나 사랑합니다. 


-<얘기마을>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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