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52)
어떤 부흥사
“그 다음날 탁 계약을 했어.”
지방산상집회, 설교하던 강사는 자기가 그랜저 자가용을 사게 된 과정을 신이 나서 이야기했다. 감독도 못 타는 그랜저를 이야기가 나온 바로 다음날 교인들이 보기 좋게 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구구절절 헤프다 싶게 아멘 잘하던 성도들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잠깐의 침묵이 내겐 컸고 길었다.
계속 이어진 자랑들, 수십 평 빌라에 살고, 한 달 목회비만 수백만 원, 넥타이에 박힌 다이아몬드가 몇 백, 어디 나갈 일 있을 땐 교인들이 수표를 전하고...
그의 말대로 그게 하나님의 축복일까? 물신의 노예로밖엔 더도 덜도 아니었다. 앉아 이야기를 듣는 교인 중의 대부분은 농촌교회 교인들.
문득 한 장면이 강사 이야기와 겹쳤다. 개구쟁이 아이들이 개구리를 잡아 가랑이를 찢는, 개구리야 목숨 걸린 일인데도 불쌍한 마음일랑 전혀 없이 그저 장난삼아 두 다리를 잘라대는.
-<얘기마을>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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