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224)
투명한 길
투명함으로 왔다가
투명함으로 돌아가는
스치는 바람의 손길처럼
어진 자비의 손길로 어루만지는
성실한 햇살의 발걸음처럼
따스한 긍휼의 목소리로 다가가는
투명한 마음이 걸어가는
흔적 없는 하늘길
탐욕의 구름이 모였다가
푸르게 흩어져 버리는 길
분노의 불길이 치솟아 오르다가
하얗게 꺼져 버리는 길
어리석음의 강물이 넘실대다가
투명하게 증발해 버리는 길
투명한 마음이 걸어가는
산도 강물도 있는 모습 그대로 비추는
투명한 길
하늘이 그대로 드러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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