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나무 광이 차야

by 한종호 2020. 8. 22.

한희철의 얘기마을(62)


나무 광이 차야 


허름한 흙벽돌 집, 광 안에 나무가 차곡차곡 가득합니다.


“할머니, 나무가 많네요.”


심방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할머니께 말했더니


“올 봄에 사람 사는 재워 놨어유. 나무 광이 차야 맘이 든든하지, 그렇잖으면 왠지 춥구 허전해서유.”



광에 나무를 재워두고 든든한 맘 가지시는 할머니, 할머니는 나무 가득한 광을 보면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할머니가 갖는 든든한 맘의 이유를 들으며, 노인이 갖는 삶의 단순함과 지혜를 배웁니다. 채울 걸 채워야 맘이 든든하다는 것은 삶의 지혜요, 그 채운 것이 나무였다는 것은 지극한 단순함입니다.


나도 텅 빈 광이 되어 그 단순함과 지혜를 배울 수 있었으면, 문득 마음이 간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얘기마을> (1990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물로 얼싸안기  (0) 2020.08.25
이상한 병  (0) 2020.08.24
땀방울  (0) 2020.08.21
이중 잣대  (0) 2020.08.20
아픔 배인 삶  (0) 2020.08.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