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64)
눈물로 얼싸안기
“제가 잘못했습니다.”
편히 앉으라는 말에도 무릎 꿇고 앉은 집사님은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였고, 그렇게 말하는 집사님의 눈가엔 눈물이 맺혔다.
작은 일로 다른 교우와 감정이 얽혀 두 주간 교회에 나오지 않았던 집사님, 작실 속회예배를 드리러 나설 즈음 집사님이 찾아왔다. 사이다 두 병을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고.
전에도 몇 번 감정이 얽힌 일이 있었고 그때마다 찾아가 권면하곤 했지만 이번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모른 척 하고 있었다. 잘못 버릇 드는 것 같아서였다. 빈자리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지만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나올 때까지 참기로 했다. 그만큼 기도할 땐 그분을 생각해야 했다.
“내가 나오지 않는데도 심방해 주지 않아 처음엔 꽤나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나중엔 왜 그러셨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분께도 제가 먼저 찾아가 잘못했다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집사님.”
정말 고마웠다. 할 말은 그뿐이었고 그것이면 족했다. 주일 설교 제목을 ‘눈물로 얼싸안기’로 정했다.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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