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처절한 점심

by 한종호 2020. 8. 27.

한희철의 얘기마을(66)


처절한 점심



지난번 과정자격심사 때 최경철 목사를 만났다. 최북단인 대대리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신학교 동기다. 


차를 나누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한 말에 우리는 배를 잡고 웃었는데,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교역자 월례회를 하고선 다음 장소를 정하는데 아무도 나서는 교회가 없었다. 점심 대접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한참을 그러고 있을 때 최 목사가 손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우리 대대리 교회는 작지만 다음번엔 우리 교회에서 모시고 싶습니다. 그냥 국수라도 말아 조촐하게 대접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려고 일어섰고 생각한 대로 말하는데, 말하던 도중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조촐하게’라는 말이 ‘처절하게’로 바뀐 것이다. 처절하게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했으니 그 말이 얼마나 처절하게 들렸겠는가.


앉은 자리가 찻집인 것도 잊고 큰소리로 웃어대다가 최 목사 무릎을 툭 치며 그랬다.


“넌 너무 솔직해서 탈이야.”


-<얘기마을> (1991년)

'한희철의 '두런두런' > 한희철의 얘기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았던 집에도 들어가기가 싫어졌습니다  (0) 2020.08.29
부자와 빈자  (0) 2020.08.28
같이 한 숙제  (0) 2020.08.26
눈물로 얼싸안기  (0) 2020.08.25
이상한 병  (0) 2020.08.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