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얘기마을(69)
견뎌야 할 빈자리
여름성경학교가 끝나던 날, 빙 둘러서서 인사를 나누던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하나 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흘간 함께 했던 시간을 두고 벌써 정은 싹터 헤어짐이 아쉬운 것이다. 경림이와 은희가 먼저 눈물을 보였고 그러자 내내 참았던 눈물이 따라 터진 것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건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풍금 의자에 마이크를 잡고 앉아 마지막 시간을 정리하던 나 자신도 벌써부터 눈물이 목젖까지 차올라 겨우겨우 참아내야 했다. 나마저 울고 나면 와락 눈물바다가 될 것 같았다.
문득 선생님들이 떠난 뒤의 교회 빈 모습이 떠올랐다. 며칠이긴 했지만 활발하고 의욕 있는 선생님들로 교회는 생기에 넘쳤었는데 모두 돌아가면 남는 건 나 혼자뿐, 다시 빈자리를 견뎌야 한다. 선생님들과 함께 한 시간을 은총어린 기억으로 간직할 뿐, 아이들은 전에 모르던 허전함을 맛봐야 한다.
아이들과 선생님들 눈가마다 번지는 눈물을 두고도 그랬지만 곧 맞게 될 빈 모습을 두고 꾸역꾸역 빈 울음을 삼켜야 했다.
성경학교가 끝난 다음날, 아이들은 교회 주위를 서성여 맴돌았고, 또 몇 명은 우표를 구하기도 했다. 떠나간 선생님들께 편지를 쓴다고.
-<얘기마을> (19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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