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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하늘의 사랑법

by 한종호 2020. 10. 4.

신동숙의 글밭(245)


하늘의 사랑법




오늘도 하늘을 바라봅니다

유년의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말을 배운 기억보다 

하늘은 더 앞선 풍경입니다


배고픔보다 더 커다란 허기를 

하늘은 언제나 든든히 채워주었지요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하늘을 닮아가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바라보는 곳으로

저의 눈길도 따라서 바라봅니다

하늘로부터 햇살이 내려오는 길을

빗물이 내려오는 길을


하늘이 걸어가는 길은

땅으로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어린날에 산길을 내려오다가 만난 다정한 벗

강아지풀 토끼풀 꺾어 제 팔목에 매듭짓다 보면

뭉친 마음이 어느새 풀처럼 풀리던 기억처럼


하늘의 발걸음은 낮아져

가장 낮은 땅으로

작고 작은 생명에겐 단비로

가난한 집 눅눅함을 말려주는 햇살과 바람으로


하늘은 세상의 모든 생명을 

그 둥그런 품에 가득 안고서

몸속까지 스며든 살갑고 고마운

보이지 않는 사랑인 줄 알게 되었습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많은 시간을 침묵 속에 있었으나

때때로 몸과 마음의 교만이 고개 들려는 저에게 

하늘은 더 낮아지라 

더 작고 작아지라


비운 마음까지도 다 내려놓으라시며

그것이 하늘의 사랑법이라며

한 알의 물방울처럼 나를 비워

언제든 햇살이 손 내밀면

사뿐히 오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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