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257)
알찬 온기
혼자 앉은 방
어떻게 알았을까
책장을 넘기면서 숨죽여
맑은 콧물을 훌쩍이고 있는 것을
누군가 속사정을
귀띔이라도 해주었을까
있으면 먹고 없으면
저녁밥을 안 먹기로 한 것을
들릴 듯 말 듯
어렵사리 문 두드리는 소리에
마스크를 쓴 후 방문을 여니
방이 춥지는 않냐며
내미시는 종이 가방 속에는
노랗게 환한 귤이 수북하다
작동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놓아주시는 난로에 빨간불이 켜지고
방 안에 온기가 감돈다
가을 햇살처럼
알찬 온기에
시간을 잊고서
밤 늦도록
<무지의 구름>과 <신심명(信心銘)>의 허공 사이를
유유자적(悠悠自適) 헤매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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