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 얘기마을(146)
객토작업
객토작업을 합니다. 차라리 탱크를 닮은 15톤 트럭이 흙을 싣고 달려와선 논과 밭에 흙을 부립니다.
땅 힘을 돋는 것입니다. 땅에도 힘이 있어 몇 해 계속 농사를 짓다보면 땅이 지치게 되어 지친 땅 힘을 돋기 위해 새로운 흙을 붓는 것입니다. 트럭이 갖다 붓는 검붉은 흙더미가 봉분처럼 논과 밭에 늘어갑니다.
객토작업을 보며 드는 생각 중 그중 큰 것은 고마움입니다. 그건 땅에 대한 농부의 강한 애정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농사가 천대받고 농작물이 똥값 된다 해도, 그렇게 시절이 어렵다 해도 끝내 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나는 땀 흘려 씨 뿌리겠다는 흙 사랑하는 이의 눈물겨운 의지이기 때문입니다.
흙먼지 날리는 객토작업을 불편함보다는 든든함과 고마움으로 바라봅니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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