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277)
구멍 난 양말 묵상
-라오스의 꽃 파는 소녀, 강병규 화가-
몸에 작은 구멍 하나 뚫렸다 하여
멀쩡한 벗님을 어떻게 버리나요
내 거친 두 발 감싸 안아주느라
맥없이 늘어진 온몸이 미안해서
어디까지나 나의 게으름 탓에
제때 자르지 못한 내 발톱에 찔려 아픈 님을
작은 틈으로 비집고서
세계 구경 나온 발가락은
웃음도 되고
서러움도 되었지요
실과 바늘로 한 땀 한 땀
꿰어주시던 어진 손길은
묵주알처럼 공굴리는
묵상의 기도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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