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279)
하늘 그릇
그릇에 담긴 물을 비우자마자
얼른 들어차는 하늘처럼
나를 채우려는 이 공허감과 무력감은
얼른 들어차려는 하늘의 숨인가요?
나를 비우고 덜어낸
모자람과 패인 상처와 어둔 골짜기마다
하늘로 채우기를 원합니다.
나의 몸은 하늘 그릇입니다.
더 가지려는 한 마음이
나의 모자람인 줄
하늘에 비추어 알게 하시고
남을 헐뜯으려는 한 마음이
나의 패인 상처인 줄
하늘에 비추어 알게 하시고
높이 오르려는 한 마음이
나의 어둔 골짜기인 줄
하늘에 비추어 알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를 채우려는 이 없음이
없는 듯 계시는 하느님인 줄 스스로 알게 하소서.
나의 몸은 하늘을 담는
하늘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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