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 얘기마을(157)
사라진 참새
교회로 들어오는 입구 양쪽으로는 향나무가 몇 그루 서 있다. 향나무는 참새들의 놀이터다. 바로 앞에 있는 방앗간에서 놀던 참새들이 쪼르르 날아와 향나무 속에서 뭐라 뭐라 쉴 새 없이 지껄여대곤 한다. 다투는 건지 사랑고백을 하는 건지. 서재에 앉으면 그런 참새들의 지저귐과 푸릅 푸릅 대는 힘찬 날갯짓 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게 된다. 그런 참새들의 모습이 얼마나 정겨운지.
며칠 전엔 뜻밖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땅거미가 깔려드는 저녁 무렵이었다. 예배당 마당에 서 있는데 갑자기 이름을 알 수 없는 검은 새 한 마리가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와, 훅 향나무 속을 훑으며 날아가는 것이었다.
참새들의 비명소리도 잠깐, 순간적으로 향나무를 빠져 날아간 검은 새의 발톱엔 어느새 참새 한 마리가 낚아 채여 있었다. 너무나도 순간적인 일이라 잘못 본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땅거미 속 날아든 검은 새 한 마리에 의해 한 순간 낚아 채인 참새 한 마리, 저러는 수도 있는 거구나, 한 생명이 저리도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거구나. 느닷없는 손길에 꼼짝없이 빼앗기고 마는 생명도 있는 거구나.
땅거미 깔려드는 예배당 마당, 눈앞에서 벌어진 믿기지 않는 일이 마음속으론 두려움이 되어 가라앉았다.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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