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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

어떤 고마움

by 한종호 2020. 12. 4.

한희철의 얘기마을(163)


어떤 고마움



손님이 없어 텅 빈 채 끝정자를 떠난 버스가 강가를 따라 달릴 때,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가던 아이들이 버스를 보고 손을 들었다.


등에 멘 책가방이 유난히 커 보이는 것이 1, 2학년 쯤 됐을까 싶은 아이들이었다. 학교에서 조귀농까진 차로 5분 정도 되지만 아이들 걸음으론 30분이 족히 걸리는 거리다. 등굣길 하굣길을 아이들은 걸어 다닌다.


녀석들은 장난삼아 손을 들고 있었다. 장난기 어린 웃음과 주저주저 들어보는 손 모습이 그랬다. 한눈에 보아도 녀석들이 장난치고 있음을 알 만한데, 버스기사 아저씨는 길 한쪽에 버스를 세웠다.


정작 버스가 서자 놀란 건 손을 들었던 아이들이었다. 버스가 서고 출입문이 덜컥 열리자 녀석들은 놀란 참새 달아나듯 둑 아래 담배 밭 속으로 숨어버렸다.


“타라, 어서 타래두!”


한참의 채근이 있은 다음에야 녀석들은 항복하듯 머리를 긁적이며 버스에 올라탔다. 미안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버스에 오르는 녀석들 입가엔 여전히 천진한 웃음들이다.


“웬 녀석들이 그렇게 용기가 없냐?”


운전기사 아저씨는 그런 야단 한 마디로 녀석들을 편하게 받아 준다. 긴 산자락 하나를 돌자 어느 새 조귀농. 녀석들은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쪼르르 내리고 그런 녀석들 뒤로 “공부 잘해라.” 기사 아저씨가 커다랗게 인사를 한다.


잠시 귀래에서 쉬는 사이 음료수를 한 병 사서 기사 아저씨께 전하는 마음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았다. 음료수를 전하며 녀석들이 못한 인사를 뒤늦게 대신했다.


“아까 고마웠습니다.”


그 뜻을 알고 고맙게 웃으시는 버스기사 아저씨. 


-<얘기마을> (199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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