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300)
하루가 익으면 밥이 되지
저녁 노을에
두 눈을 감으며
쌀알 같은 하루를 씻는다
하루가 익으면
밥이 되지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
가슴으로 바람이 지나간다
쌓인 게 많을 수록
나누어 먹을 밥이 한 가마솥
너무 오래 끓이다 태워서
가슴에 구멍이 나면
하늘을 보고
가슴에서 일어나는 건
눌러붙은 밑바닥까지
버릴 게 하나도 없어
시래기처럼 해그늘에 널어서
웃음기 같은 실바람에 말리는 저녁답
피어오르는 하얀 밥김은
오늘 이 하루가 바치는 기도
하루가 익으면
밥이 되지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마음이라 부른다 (0) | 2021.01.03 |
---|---|
밤이 되면, 나의 두 눈을 눈물로 씻기시며 (0) | 2021.01.02 |
창문을 선물하고 싶어 (0) | 2020.12.28 |
자작나무숲 (0) | 2020.12.26 |
공생의 탁밧(탁발) (0) | 2020.12.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