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어린이 예배. 종을 쳤지만 아이들이 모이질 않았다. 늘 빠짐이 없던 은옥이와 은진이까지 안 나왔다. 녀석들이 모두 웬일일까, 허전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저녁 무렵 아랫말로 내려가다 은옥이 은진이 은희를 만났다. 그들은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온통 얼굴이 벌겋게 탔고 옷은 흙과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할머니가 몸져누워 계시자 어린 그들이 할머니 대신 당근 밭을 매고 오는 길이었다.
미안했다. 놀면서 안 오는 줄 알고 섭섭하게 생각했던 내가 영 부끄러웠다.
일하는 아이들을 두고 난 너무 쉽게만 생각했던 것이다.
-<얘기마을> (1993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