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로 떠나기 위해 가방을 꾸리며 시집 한 권을 챙겨 넣었다. 황동규의 <몰운대행>이었다. 떠날 때마다 짐을 줄이자고, 가능하다면 불필요한 짐을 넣지 말아 가볍게 떠나자 하며 웬만한 짐은 빼 버릇하면서도, 거꾸로 챙겨 넣는 것이 시집 한 권쯤이 되었다.
잠시 짬이 날 때 끊어 읽기가 좋았고, 툭툭 끊긴 듯 이어지는 시의 이미지가 여행 분위기와 걸맞을 때가 많았다. 얼핏 서점에서 훑어본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아(사실 황동규의 시는 거의 빼놓지 않고 읽는 셈이지만) 사서 책상에 꽂아 뒀던 책이었다. ‘몰운대행’, 떠남에 대한 내용이었기에 더욱 쉽게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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