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하러 가는 사람 왜 불러요?”
저만치 산으로 나무하러 오르다 잰 걸음으로 뛰다시피 내려오신 신집사님, 말은 그렇게 하지만 환한 얼굴, 마음이 그런 게 아니다. 체구에 맞게 만든 작은 지게를 마당에 세워 놓고 방으로 들어간다.
2월이 다가오자 집사님은 고민이 된다. 2월 1일부터는 용암 쪽으로 일을 나가기로 했는데 갈까 말까를 망설이는 것이다. 비닐하우스 재배하는 곳에 ‘취직’을 한 것이다. 한 달에 세 번 쉬고 점심은 각자 지참. 그리고 월급은 18만원이다. 오가는 차비 빼고 나면 뭐 그리 크게 남는 게 없지만 그래도 고정된 수입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그것만 생각하면 취직을 하는 게 집에서 품 파는 것보다야 열 번 편한데, 문제는 땔감이다. 연탄도 기름보일러도 없기 때문에 천생 나무를 해서 때야 한다.
‘개미 역사하듯 부지런해야’ 그나마 끼니를 잇고 방안 온기를 지키는데 왜 그리 나무는 잘 타는지, 한 짐 만들어 와야 두 끼 때고 나면 그만이다. 여자가 하는 나무란 잔가지뿐 굵은 나무는 엄두를 못 낸다.
형편이 그런데 출근을 하면 나무할 시간이 없게 되고, 그러면 끼니도 그렇고 난방도 그렇고, 그렇다고 집에 남아 있자니 생활이 걱정이다.
오래 해왔기에 잘 아는 일이지만 품 파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땀에 젖는 하루 수고도 수고지만 쉬는 날도 많다.
“까짓것 품 팔아야 손에 묻은 밥풀이에요.”
그저 끼니를 이을 수 있을 뿐, 집사님은 품을 손에 묻은 밥풀이라 했다.
안쓰러운 표정 한줌 보탤 뿐 난 더 할 말이 없다. 이야기를 나누고는 더듬더듬 기도를 한다. 큰 목소리, 자신 있는 기도는 언제부터인지 멀어진 일이다. 모질게 살아가는 집사님이지만 집사님은 눈물도 많다. 그래도 주먹으로 눈물을 닦곤 이내 웃음이다.
“어떡하죠?”
어려운 이야길 들었을 뿐 아무 대답도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신을 신으며 묻자 “어떻게든 되겠죠. 너무 걱정 마세요.” 하신다.
2월이 왔고 집사님은 출근을 했다. 그렇다면 나무는? 집사님 말마따나 모든 게 어떻게든 돼야 할 텐데. 어떻게 어떻게든 된담.
-<얘기마을> 19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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