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푸른 명태찜 by 한종호 2021. 9. 28. 한가위 명절 마지막 날 늦잠 자던 고1 딸아이를 살살 깨워서 수운 최제우님의 유허비가 있다 하는 울산 원유곡 여시바윗골로 오르기로 한 날 번개처럼 서로의 점심 때를 맞추어 짬을 내주시고 밥도 사주신다는 고래 박사님과 정김영숙 언니 내외 끓는 뜨거운 돌솥밥과 붉은 명태찜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아 간직했던 소중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언니와의 첫만남에서 서로가 짠 것도 아닌데 둘 다 윤동주와 김용택 시인의 시집을 똑같이 챙겨온 이야기 그것으로 열여덟 살 차이가 나는 우리는 단번에 첫만남에서부터 바로 자매가 된 이야기 동경대전에 나오는 최수운님의 한시를 풀이해서 해설서를 적으신 고래 박사님의 노트 이야기 청수 한 그릇 가운데 떠놓고 모두가 둘러앉아 예배를 드린다는 천도교의 예배와 우주의 맑은 기운을 담은 차 한 잔 올리는 다례법과 이어지는 한국의 고대 차례법 이야기 예수님과 제자들의 두레밥상 이야기 석가모니와 제자들의 대화가 경전이 된 이야기 김치와 물김치와 멸치와 김과 부추전 영양 반찬처럼 둥근 이야기들을 푸짐하게 풀며 나누다 보니 숟가락과 젖가락은 쉬질 않았건만 밥그릇에 밥은 천천히 줄고 돌솥에 끓던 누룽지 숭늉은 한 김 식어 푹 퍼져 먹기 좋은 순한 물밥이 되어 날 어린 시절로 데려온다 문득 명태찜 둥근 접시를 보니까 명태살들이 우리 모녀 앞으로 다 밀려와 있다 분명히 나는 바닷가 저쪽으로 간간히 밀어보내었는데 파도에 밀려 도로 해변가로 떠밀려온 물고기들처럼 둥글고 커다란 명태찜 접시가 울산의 푸른 앞바다처럼 출렁이고 있었던가 보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꽃자리 저작자표시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을 잃으면 (0) 2021.10.03 문향(聞香) (0) 2021.10.01 석 삼 (0) 2021.09.27 용담정 툇마루 (0) 2021.09.26 가을잎 (0) 2021.09.16 관련글 길을 잃으면 문향(聞香) 석 삼 용담정 툇마루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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