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 꿇는 일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요 
꿇으라면 꿇는 일이 
못할 일도 아니지요 
하지만 남의 가게 밖 우편함에다가  
전단지 종이 한 장 넣은 일이 죄가 된다면 
가게 주인이 신고를 하고 몸소 고소를 당하시어 
국가 공무원 경찰까지 출동할 만큼의 죄가 된다면 
그 죗값 순순히 치르시고자 
가게 주인과 경찰들의 발아래 무릎 꿇고 앉으신 어머니 
돌처럼 단단한 그들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돌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두 손 모아 비신 어머니 
그런데 이제껏 한평생을 어찌어찌 살아오셨길래 
어느 누군가의 떨리던 손으로 포착했을 그 한 순간에 
이 한 장의 사진 속에 담긴 어머니의 모습은 
눈물이 핑 돌고 뼈가 저리도록 시렸을 그 가슴 아픈 한 순간조차도 
칠순의 고개를 넘기신 어머니 모습은  
제가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자녀를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보입니다 
한대서 얇은 패딩 잠바 한 겹 입으시고  
이 추운 겨울 날 종종 걸음 걸으시다가 
우편함에 종이 한 장 넣은 일이 만약에 죄가 된다면 
그 말도 안 되는 죗값 순순히 치르시고자 
손주뻘 밖에 안 되는  
양심이 돌 같은 가게 주인 앞에서까지도 몸을 낮추시고 
무릎을 꿇고 앉으시어 
두 손 모아 비시는 우리의 어머니 
까마득한 그 옛날부터  
우리 어머니들의 양심은  
종이 한 장보다도 얇고 투명하여  
숭고하기까지 한 하늘을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내내  
돌 같던 제 가슴은 무너져 내리고 
제 눈에서도 눈물이 핑 돌아서 
겨울비처럼 가슴이 시리도록 뜨겁게 볼을 타고 흐릅니다 
그대로 이 눈물에  
제 어둔 두 눈이 말갛게 씻기도록 
가슴을 치는 이 아픔에  
돌처럼 단단한 제 가슴도 부서져 보드라운 흙먼지가 되도록 그러하다가 사라지기까지 
저도 그처럼 어머니의 순한 양심을 닮아서  
세상을 향하여 또 하늘을 향하여 오히려 순하게 무릎을 꿇으렵니다 
절에 가선  
부처님 발아래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빌게요 
교회에 가선 
하나님과 예수님 앞에 두 손 모아 빌게요 
성당에 가선 
하느님과 예수님과 성령님 앞에 묵묵한 눈물로 빌게요 
하지만 지금 제게는 딱히 갈만한 교회도 절도 없답니다 
그냥 제가 있는 이 집 골방 그 어디서든 고요히 앉아 혼자서 기도할께요 
이 한 세상 살아가는 동안 
제 양심이 종이 한 장으로라도 가려지지 않도록 
그리하여 하늘을 덮는 일이 없도록  
하늘을 우러러 비나이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려고 
제자들의 발아래 무릎을 꿇고 앉으시어 
이 어둔 세상에 몸을 나투신 예수님 
너희들도 이처럼 세상을 사랑하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요 
종이 한 장보다도 얇아서 
없는 듯 투명한 양심의 하늘을 
참되고 선한 진리의 영 
성령님의 바람처럼 없는 듯이 살아가는 길은 
저도 어머니처럼 양심적으로 살면서 
매 순간마다 순하게 살고 싶어요 
제게 다가오는 그 어떠한 한 순간조차도 
어머니처럼 아름답게 기도하는 모습이 되도록이요 
잘 하셨어요,  
사랑하는 어머니 
양심이 돌처럼 단단해지려 하고  
눈물이 메말라가던 이 세상을  
어머니는 순한 양심으로  
이 세상을 이기신 거예요 
돌처럼 단단해지려는  
우리들의 가슴팍이 무너지고  
메말라가려던 우리들의 눈물샘에서  
지금 이렇게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예요 
칠순의 고개를 넘으시기까지 
그 모질고 긴긴 세월을 살아오시는 동안 
여리도록 순한 양심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 
추신 : 바람이 전하는 말 
이 세상에는 양심이 법전처럼 두꺼워져  
양심이 돌처럼 굳어 단단해진 이들도 더러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꽉 막힌 숨통으로 숨은 쉬고 사는지 걱정이다. 
그들은 바람이 부딪혀 다른 길로 돌아가게 만드는 돌 같은 심지는 있다.  
하지만 단지 새롭게 부는 역사의 바람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그냥 그 자리에 욕심껏 박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길이 되지 못한다. 꽉 막힌 돌이니까.  
순한 양심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고 가신 선물, 
한민족의 하늘을 닮은 선하고 밝은 양심은 진리의 성령. 
이 양심이 종이 한 장처럼이라도 두꺼워지는 일이 없도록 성성적적, 매 순간 깨어서 단속할 일이다.  
무릇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마음을 지키라고 하신 하느님의 당부 말씀이 저녁 바람처럼 가슴께를 스친다. 
이 풍진 세상에 태어나 사람으로 살아가는 동안 늘 깨어서 하늘에 부는 바람처럼 투명하고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일이다.  
없는 듯 가벼워진 가슴으로 이 한 세상 맘껏 자유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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