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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산골

by 한종호 2021. 12. 8.

 



산 정상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잠시 머물다 내려올 곳이지

거기까지 올라 서서
세상을 내려다 보았다면

멀리까지 내다보았다면
저절로 깨닫게 되는 것이 있지

저 발아래 보이는 시인의 마을과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도리어 자신을 비추어

나도 그들과 같음을
나도 그처럼 멀고 작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때론 누군가에게 나도 별이 될 수 있음을
먼 그리움으로 빛날 수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아무리 그래도 산 정상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그 누구든지 잠시 머물다 내려올 곳이지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정상에서는
높이 나는 새들이라도 잠시 머물기만 할 뿐

저녁이 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면
골짜기 어느 틈엔가 둥지를 틀고 고된 몸을 누이지

산골짜기 계곡을 따라서 
물길을 따라서 내려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지 않도록
든든한 나무를 붙들고 의지해 내려오면서 생각한다

생명은 물이 흐르는 곳으로 모여들고
산과 산을 이어주는 산골짜기에 사람들도 집을 짓는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도 이와 같아서
골짜기처럼 깊이 패이고 낮아진 

서로의 아픔과 슬픔과 그늘과 
비로소 땅 만큼 낮아진 그런 마음 자리가 아닐까

어려서는 산 정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이제는 생명이 깃들어 사는 산골짜기에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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