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 by 한종호 2022. 2. 14. 사람은 다섯인데 의자가 하나면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 의자가 아닌 의자 토함산 겨울바람에 추울까봐 서까래 흙벽으로 드나들던 바람의 숨구멍까지 한 땀 한 땀 막아주신 따뜻한 손길들 지진으로 깨진 기왓장 틈새로 오랜 세월 빗물이 떨어져 뚫린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던 낡고 기울어진 집 50년 된 나무보 한가운데 옹이에 실금이 가고 아래로 쏠린 나무보가 이제는 세월에 주저앉지 않도록 다섯 사람이 힘을 모아서 새 나무보와 기둥을 덧세워 주저앉으려던 천장을 푸른 하늘까지 떠받쳐준 사람들 천장이 무너질까봐 잠이 안 온다는 나에게 들릴 듯 말 듯 "걱정하지 마세요" 구멍 난 마음 틈새까지 무심히 지나치지 않던 마음 한 점 떠오르는 해와 함께 눈 부비며 시작하는 하루를 하루의 산언덕을 해처럼 넘어가다가 잠시 멈추어 커피 한 잔을 같이 마시며 한 점의 고요와 평화를 나눈다 하나의 의자를 가운데 두고 하늘인 듯 산인 듯 푸른 나무인 듯 한 폭의 그림 같은 다섯 사람들 저 혼자 있는 의자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 이미 그림 속 풍경이 된 하나의 빈 의자 둘레로 더러는 쪼그려 앉고 더러는 벽에 기대어 선 참 아름다운 사람들 참 고마운 사람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꽃자리 저작자표시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마음의 대지에는 아파트가 없다 (0) 2022.02.16 풀씨의 소망 (0) 2022.02.15 먼 별 (0) 2022.02.11 냇물 (0) 2022.02.07 가슴으로 (0) 2022.02.03 관련글 내 마음의 대지에는 아파트가 없다 풀씨의 소망 먼 별 냇물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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