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놓여날 수 있을까
이 풍요의 굴레로부터
누가 처음 뿌려 놓은 헛된 씨앗일까
이제는 까마득해진 한 점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의 씨앗이 흩뿌려진 이 탐진치의 세상
가슴팍을 파헤치며 쉼없이 굴러가는
이 풍요와 기복의 두 바퀴로부터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까
이 기복의 족쇄로부터
풍요는 가난이 주는 간소함의 만족을 모른다
기복은 침묵이 주는 안식의 기도를 모른다
나의 소원은 크고 먼 내일에 있지 않아
나의 소원은 작고 소박한 오늘에 있지
내려앉는 곳이
고층 아파트가 아니기를
떨어진 바닥이
아스팔트 도로가 아니기를
다만 내려앉아 발 닿은 땅이
사이 좋은 흙과 돌밭이기를
오늘 내가 앉은 이 땅에서
한 톨의 씨앗으로 돌아가
평화의 숨으로
마음밭에 뿌리를 내리며
제 발로 서서
바람 없는 날에도 저절로 흔들리다가
빈 하늘 불어오는 푸른 바람에 춤추다가
어느새 가슴에 연두빛 새움이 돋아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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