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데
멈추어 서 있는 한 사람이
인사도 없이
설명도 없이
모르는 나에게
"손 좀 잡아줘"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나도 모른 새
손을 내밀고 있다
내 손바닥을 꼭 잡으며 끙 누르길래
나도 손에 힘을 주어 하늘처럼 떠받쳤다
우리의 손과 손을 이어준 것은
한 턱의 계단이었다
그제서야 할머니는 입을 여신다
"여어를 못 올라가가, 고마워!" 하시며
할머니는 뒤도 안 돌아보고 들어가시고
나도 순간 미소를 보인 후
걷던 길을
다시 걷다가
한낮의 거리에서
오고가는 사람들 그 중에서
다리가 아픈 할머니에게 선택받은
어딘가 모르게 편안한 한 사람이 되기까지
한순간 비춰졌을
나의 얼굴과 차림새와
나의 속마음과
나만 아는 신념과
혼자서 묵묵히 걸어온
나의 인생길을 되돌아보았다
방금 나에게 일어난 일이란
레드카펫을 걷는 일보다
그보다 더 온전하고 좋은 일이
나에게 일어났음을 스스로 알아차리곤
나는 마음속으로
혼자서 기쁨에 겨워
거리의 햇살 한 점이 되고
푸른 바람 한 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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