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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하루에 한 걸음 한 마음

2022년 한글의 탈곡(한글날)

by 한종호 2022. 10. 9.



쌀알 같은 
낱알의 한글들

정의와 자유
진리와 사랑이

시월의 가을볕에
구구절절 익어갑니다

저잣거리엔
욕지거리도 

민중의 입에서 입으로
한글로 무르익어서

새끼줄을 꼬아 드리운 
바지랑대 끝 푸른 하늘에 걸리었습니다

이제는 이 땅에서도
탈곡할 날이 머지 않았나봅니다

민중이 배가 부를 날이
하늘이 살아 숨쉬는 날이

한글과 한글로 이어져온 푸른 바람이 
너른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이 푸른 가을 날

불씨가 되어준 동학농민의 횃불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던 삼월의 육성으로 피어올라

윗물로부터 썩어가던 이 땅에 다시금
시월의 촛불대행진으로 타오르는

불꽃 같은 쌀알 같은
우리의 한글들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을볕에 무르익어갑니다

썩은 밥을 먹을 수 없다
갖 탈곡한 쌀알로 밥을 지어 

모두가 더불어 나누어 먹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살고 싶어서

나는 오늘도
한글 앞에 있습니다

침묵이란 
한글 앞에서

떠돌던 말들이
쉼을 얻으며

멈춤이란 
한글 앞에서

떠돌던 몸이
머물고

하늘이란
한글 앞에서

푸른 하늘이
눈 앞에 펼치입니다

정의와 자유
진리와 사랑이

오늘도 이렇게 한글이 살아서
이 땅에 숨을 불어넣습니다

쌀알 같은 내 몸도
한글로 익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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