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런 손길로
잘 차려진 진수성찬 앞에서
이 몸 낱낱이 전율한다
화면에서 육해공 전쟁터를 보았을 때처럼
마지막 숨이 고통이었을지도 모르는
산과 바다에서 평화를 꿈꾸던 나의 전생들
다른 생명을 잡아먹어야
이 몸이 살리라는
끈질긴 이 생의 저주 앞에
주저앉았던 나의 스무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 시인의
그 마음 하나 별빛처럼 가슴에 품고서
숨막히던 어둠과 혼돈을
아름다운 밤하늘로 활짝 펼쳐놓을 수 있었지
옆방에는 통닭을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랑하는 식구들이 있고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으로 조율하는
나의 고요한 방에서 나는 오늘도
한 점 한 점 평화의 숨으로
태초에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음식을 탐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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