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진수성찬, 내게 그것은

by 한종호 2024. 10. 22.


정성스런 손길로
잘 차려진 진수성찬 앞에서

이 몸 낱낱이 전율한다
화면에서 육해공 전쟁터를 보았을 때처럼

마지막 숨이 고통이었을지도 모르는
산과 바다에서 평화를 꿈꾸던 나의 전생들

다른 생명을 잡아먹어야 
이 몸이 살리라는 

끈질긴 이 생의 저주 앞에
주저앉았던 나의 스무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 시인의
그 마음 하나 별빛처럼 가슴에 품고서

숨막히던 어둠과 혼돈을
아름다운 밤하늘로 활짝 펼쳐놓을 수 있었지

옆방에는 통닭을 맛있게 먹고 있는 
사랑하는 식구들이 있고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으로 조율하는
나의 고요한 방에서 나는 오늘도

한 점 한 점 평화의 숨으로
태초에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음식을 탐구할 뿐

'신동숙의 글밭 > 시노래 한 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씨알을 품고 품은 꽃  (0) 2024.10.29
화엄경은 바흐와 함께  (1) 2024.09.19
한 잎의 가을  (0) 2024.09.14
평등한 꽃잎  (0) 2024.09.07
삶은 감자가 들려주는  (2) 2024.09.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