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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숙의 글밭/시노래 한 잔

하얀 눈꽃송이보다 먼저 내려앉은

by 한종호 2025. 1. 13.





무엇이 2025 을사년 새해
꽃보다 소중한 아이들을 

새해 첫눈보다 먼저 
검은 아스팔트 바닥으로 내려앉게 했나

하얀 눈꽃송이도 발 딛지 못한
이 언 땅은 가장 뜨거운 꽃자리

무슨 꽃을 피우려고
아침 해가 뜰 때까지 

앉은 자리마다 하얀 눈사람이 된
한 그루 겨울나무가 된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땅이 되어
지구의 심장이 되어

떨군 눈물 한 방울로
그리고 함박웃음꽃으로 피어나는 얼빛

붉고 고운 두 손으로 
어둔 가슴 어둠을 한 움큼 떠서

비우고 비워 낸 자리마다
이제 무엇이 들어찰까?

고흐의 해바라기처럼
스스로 태양이 되어

밤새 앉은 자리를 지켜 낸
고요한 때론 활짝 웃는 고운 얼굴에서

내가 본 적 있는 
얼굴들이 어리운다

 



언제나 이 땅을 위해 기도하시는
성모 마리아님, 천수천안 관세음보살님, 
예수님이 선물로 주신 성령님, 경주 석굴암 본존불상님, 골고다 언덕의 예수님, 횃불 속에 타오르던 동학농민의 눈빛들, 하늘을 우러르는 윤동주 시인의 얼굴과 배달의 화랑들, 자주독립의 씨알이 되려 만주의 언 땅을 갈아엎던 고려인들, 4.19 소년의 얼굴과 제주 4.3의 동백꽃과 세월호의 별이 된 이태원 골목길에서 별이 된 아이들의 얼굴과 먼 나라 여기보다 더 추운 한파 속에 전쟁의 희생양이 되어 죽어간 군복 입은 아들들의 야윈 얼굴들, 희망찬 새해 여행길에 소중한 가족을 허망하게 잃고 눈사람이 된 눈물이 된 이웃들 그리고 속절없이 지켜보는 우리들 마음 마음, 이 모두가 하얀눈꽃송이가 되어 흩날리는 이 겨울 날, 다시

그 옛날 검은 법복의 을사오적
치욕스런 다섯 개의 손끝이 팔아먹었던 땅이지만

이 땅을 하얗게 되돌려 놓았던 손은 늘 하얀 손
하늘을 닮은 민주주의의 하얀 눈꽃송이들었지

새해 첫눈으로 이 세상을 하얗게 지우시고
아침 햇살로 다시 쓰실 손길을 그리며

해처럼 둥글게 
하늘처럼 밝게 열리는 
2025 을사년 새해 

지난 밤에도 하얀 눈꽃송이보다 먼저 내려앉아
어둠 속에서 하얗게 피워 낸 고운 양심이 서린

모두가 똑같은 얼굴
모두가 똑같은 가슴에서 

홍익인간 제세이화
언 땅에서 피어난 화엄의 꽃, 맑고 향기롭다

태양빛보다 먼저 떠서 환하게 
오늘 새벽에도 내 어둔 가슴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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