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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 산책'

시대의 교사가 그리운…

by 한종호 2015. 5. 14.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4)

 

시대의 교사가 그리운…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가? 이렇게 질문을 던지는 것이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와 같이 물으면 낡은 세대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대신 누가 인기가 있지? 하는 쪽이 더 분명한 대답이 나오는 현실입니다. 대중의 인기가 성공의 척도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인기가 있다는 것은 당사자에게 좋은 일입니다. 그만큼 대중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데, 나쁠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인기란 대중의 취향이 변하는 것만큼 그 수명이 짧습니다. 인기에 연연하다가 정작 자신의 진정한 본질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대중의 입맛에 맞춰 성형 수술해버린 결과입니다.

 

인기를 한 몸에 모으다가 그 인기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순간, 절망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중의 시선이 거두어지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강자가 나타나면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는 것도 이 인기를 둘러싼 비극입니다.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생존경쟁의 혈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교육현장에서도 이러한 사태는 벌어질 수 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평가가 인기투표식이 될 위험성은 언제나 있습니다. 그 평가가 그 선생님의 교육자로서의 운명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사태의 심각성은 큽니다. 물론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은 교육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가 교육적 가치 이외의 것이 된다면 문제가 생깁니다.

 

오늘날에 우리는 존경할만한 분을 찾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무수히 듣습니다. 존경의 대상으로 삼았던 인물이 권력의 유혹 앞에서 쉽게 변절하는 것을 보았고, 지성과 용기를 함께 갖춘 인물이 희귀한 현실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높은 식견과 꺾이지 않는 의지 그리고 시대적 전망을 지닌 존재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적 풍토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교육에 대한 생각이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사는 식이 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의 요인입니다. 시장에서는 대중의 인기가 우선이지만, 인간의 교육적 미래에 있어서는 교육자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먼저이기 때문입니다. 재능 교육에 몰두해 있는 현실에서 가치에 대한 관심은 시들어갑니다. 능력을 따지는 세상에서 가치에 대한 성찰은 빛을 잃어갑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우리의 미래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는 과연, 존경할 만한 인물을 바라고 있기라도 한 것일까요? 아마도 이런 소망조차 이제는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과 지혜에 대한 열정적 추구, 그리고 역사의 진로에 대한 용기 있는 발언과 행동, 그것이 우리의 마음에 살아 움직여 매일 매일을 새롭게 성찰하도록 만드는 시대의 교사가 그리운 요즈음입니다.

 

김민웅/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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