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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5

사랑의 목자 예수 조진호와 함께 하는 바흐의 마태 수난곡 순례(12) BWV 244 Matthäus-Passion/마태 수난곡 No. 12 사랑의 목자 예수 유월절 성찬을 마친 예수와 제자들은 감람산으로 나아갔습니다. 성경에는 ‘감람산으로 나아갔다’로 쓰여 있지만 마태 수난곡은 이 구절에 공간감과 움직임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에반겔리스트가 ‘gingen sie hinaus/그들은 나와서 갔다’라고 노래하기 직전을 들어 보면 오르간과 콘티누오(통주저음)의 반주가 갑자기 스타카토로 한 음씩 옥타브 위까지 빠르게 상행하는 것을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은 그냥 ‘갔다’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수난곡에서 이 부분을 들을 때 청중들은 그들이 ‘서두르듯 산을 올라’갔음을 상상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날의 영화처럼, 살아.. 2019. 2. 28.
허물 하루 한 생각(59) 허물 몇 달째 공사가 길 건너편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제법 소음에도 익숙해졌다. 안식관을 새로 짓고 있는 것이다. 감리교에서 목회를 하다 은퇴한 여교역자들을 위한 공간, 낡은 건물을 헐어내고 새로 짓기 시작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 건물 뒤편 언덕에 있던 나무들을 거반 없애고 말았다. 톱으로 자르기도 했고, 포클레인으로 쓰러뜨리기도 했다. 제법 큰 나무들로 어울렸던 언덕이 휑한 경사로 남았는데, 비가 오면 무너질까 싶었던지 널따란 청색 포장으로 덮어 이래저래 흉물스럽다. 그래도 경계의 끝, 언덕 꼭대기 부분의 몇 나무는 남겨두었다. 종종 까치며 직박구리와 같은 새들이 가지 끝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다. 사람의 안식처를 만드느라 새들의 안식처를 베어버린, 부지중에 무지함으로 저.. 2019. 2. 28.
모래 한 알과 물 한 잔 2019. 2. 26.
전투와 전쟁 하루 한 생각(57) 전투와 전쟁 논쟁을 일삼는 수도자들을 꾸짖으며 수도원장은 말한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은,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지는 것과 같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다. 이겨도 지는 것이다. 더 소중한 것을 잃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전투에서 이기려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전쟁의 승패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눈앞의 전투를 이기는 데만 급급하다. 원수가 같은 배에 탔다고 배에 구멍을 낼 수는 없다. 그랬다간 모두가 죽는다. 그런데도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 배에 구멍을 내는 이들이 있으니 딱하다.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지는, 기가 막힌 패배! -한희철 목사 2019. 2. 26.
어느 날의 기도 2019. 2. 25.
꿈꾸는 씨앗 하루 한 생각(55) 꿈꾸는 씨앗 1985년이었으니 얼추 35년 전의 일이다. 정릉에서 멀지 않은 미아중앙교회에서 1년간 교육전도사로 지낸 적이 있다. 토요모임에 모이는 학생들에게 매주 한 편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콘크리트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라는 망치를 들기로 했다. 워낙 벽이 두꺼워 아무 일도 없을지, 소리만 낼지, 그러다가 금이 갈지, 무너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일이다 싶었다. 아마도 동화를 그 중 많이 썼던 시기는 그 때일 것이다. 내 목소리가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을 땐 동화를 썼으니까. 정릉교회 목양실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면 사방이 아파트다. 병풍도 저런 병풍이 없다.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북한산이 눈앞에 선명했고, 봄이 되면 붉은 진달래로 눈이.. 2019. 2. 22.
상상력과 사랑 하루 한 생각(53) 상상력과 사랑 우리가 보는 달은 달의 한쪽 얼굴뿐이라 한다. 달의 자전시간과 공전시간이 지구와 같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지금까지 인간이 본 달이 달의 한쪽 얼굴뿐이었다니! 중국 우주선 창어4호가 달의 뒷면에 내렸다.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 달의 이면이 미답의 땅으로 남았던 것은 통신 문제 때문이었다. 그곳에서는 지구와의 통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런 난제를 극복한 중국의 과학 발전이 놀랍게 여겨진다. 통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췌치아오라는 위성을 발사했고, 그 위성이 지상 관제소와 창어4호 사이의 통신을 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달의 이면에 발을 디딘 것이 어디 과학의 발전뿐이었을까? 그런 성과를 얻은 데에는 과학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있.. 2019. 2. 21.
무시하기 하루 한 생각(54) 무시하기 죽어가는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기 위해 가시던 예수님의 발걸음은 멈춰 서고 만다. 혈루증 앓던 여인이 옷자락을 붙잡았고, 순간 능력이 빠져나간 것을 몸으로 안 예수님이 옷에 손을 댄 여인을 찾으셨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전해진 소식이 있었으니, 야이로의 딸이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딸이 죽었으니 더 이상 수고할 필요가 없어지고 만 것이었다. 더 이상 수고할 필요가 없다는, 오실 필요가 없다는 말을 곁에서 들은 예수님은 그런 말을 듣고 절망에 빠졌을 회당장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 ‘곁에서 듣다’는 말 속엔 염두에 두어야 할 뜻이 담겨 있다. ‘들어 넘기다, 무시하다, 묵살하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했다. 딸이 죽었으.. 2019. 2. 21.
어떠면 어떠냐고 하루 한 생각(52) 어떠면 어떠냐고 날이 흐리거나 마음이 흐리면 촛불을 켠다. 촛불은 어둑함과 눅눅함을 아울러 지운다. 겨울이 다 가도록 드물던 눈이 새벽부터 내리던 날, 책상 위에 촛불을 밝혔다. 사방 나무들이 울창하게 선, 촛불을 켜면 숲을 비추는 달빛처럼 빛이 은은한 불빛이 얼마간 타다가 꺼지고 말았다. 초가 다 탄 것이었다. 초를 바꾸기 위해 다 탄 초를 꺼내보니 형체가 기이하다. 이리저리 뒤틀려 처음 모양과는 거리가 멀다. 다 탄 초가 넌지시 말한다. 끝까지 빛이었으면 됐지 남은 모양이 어떠면 어떠냐고. -한희철 목사 2019.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