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5 살아 있는 성전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9) 살아 있는 성전 하나님의 형상이자 그분과 똑같은 모습의 영혼을 가진 우리는 새로운 성전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후배 채희동 목사의 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당시 채희동 목사는 온양의 한 가난한 교회를 섬기고 있었는데, 성전 건물이 너무 낡아서 헗고 다시 세우기로 교우들과 뜻을 모았다. 마침 그는 자기가 쓴 책을 출간하여 인세로 받은 돈 1,000만원이 있어서 그걸 교회에 건축비로 헌금했다. 물론 당장 성전을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지만. 그는 그 돈을 성전 건축을 위한 종자돈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무렵 새로 나온 교우 중에 형광등을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이가 고관절이 망가져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걸을 수도 없을 지.. 2015. 5. 9. 사랑의 거부(巨富)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8) 사랑의 거부(巨富) 하나님께서 놀라운 방식으로 창조하신 눈부신 피조물 가운데 사람의 영혼만큼 하나님을 닮은 피조물은 하늘나라에도 이 세상에도 없습니다. “눈으로 본 적이 없고 귀로 들은 적이 없으며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을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해 주셨다”(고린도전서 2: 9). 아무도 상상하지 못할 그 일이 무엇인지는 하나님의 은총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내 경험의 거울에 비추어 보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그 일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풍성하고 풍성한 생명을 주셨다’는 선언일 것이다. 이를테면, ‘복’의 선언이다. 엑카르트의 말처럼 우리는 ‘복덩어리’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복덩어리로 지어졌다는.. 2015. 4. 29. 씨앗 속에는 숲이 약속이 들어 있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7) 씨앗 속에는 숲이 약속이 들어 있다 영적인 것과 복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남에게 나누어주지 않는 사람이 영적이었던 적은 결코 없습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영적인 것과 복을 자기를 위해서만 간직해서는 안 됩니다. 무릇 사람은 자기 몸과 영혼 안에 지닌 모든 것을 서로 나누고, 남이 자기에게 바라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내주어야 합니다. 비바람이 몹시 심하게 부는 어느 날 밤, 남루한 차림의 거지가 성 프란체스코의 오두막으로 찾아왔다. “너무 배가 고프고 추우니, 먹을 것과 잠자리를 좀 마련해 주세요.” 프란체스코는 얼른 그 거지를 데리고 들어와서 불빛에 비춰 보니, 그 거지는 얼굴과 코가 문드러진 문둥이였다. 그는 서둘러 음식을 준비해서 정성껏 대접한.. 2015. 4. 24. 하나님은 아이보다 먼저 어른을 지으신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5) 하나님은 아이보다 먼저 어른을 지으신다 자연은 가장 작은 것으로 자신의 일을 시작하시는 반면, 하나님께서는 가장 완전한 것으로 자신의 일을 시작하십니다. 자연은 아이에서 어른을 만들고, 달걀에서 암탉을 만들지만, 하나님은 아이보다 어른을 먼저 지으시고, 달걀보다 먼저 암탉을 지으십니다. 자연이 아이에서 어른을 만들고, 달걀에서 암탉을 만든다는 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이보다 어른을 먼저 지으시고, 달걀보다 먼저 암탉을 지으신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이것은 자연의 질서와 하나님의 질서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이를테면 우리가 부모가 되어 아이를 낳는 일은 자연의 질서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건 피조물의.. 2015. 4. 17. 날마다 ‘시작하는’ 자의 영혼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4) 날마다 ‘시작하는’ 자의 영혼 누가가 말하는 ‘아이’는 맑은 공기와 같은 것, 티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령이 영혼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이와 같이 영혼이 순결하고 티가 없어야 합니다. 독일의 신비주의자인 로렌츠 마티가 자기의 영적 스승 칼프리트 뒤어크하임 백작의 집을 찾아갔을 때, 백작은 이미 팔순의 나이인데다 거의 시력을 잃은 상태였다. 두 사람의 인터뷰가 끝날 무렵, 로렌츠는 자기 스승에게, 높으신 연세와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아주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네.” 백작이 나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인간이 자신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본질과 하나가 되려고 아무리 머리 터지도록 애를 써 봐도, 인간은 언제.. 2015. 4. 10. 하나님을 촛불로 만들지 말라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3) 하나님을 촛불로 만들지 말라 여러분이 늘 여러분의 유익만을 구한다면, 여러분은 결코 하나님을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하나님만을 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기도할 때 무엇을 구했던가? 하나님만을 구했던가? 아니면 나의 유익을 구했던가? 목사인 내가 더 큰 교회건물을 짓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구한 것인가, 나의 유익을 구한 것인가? 목사인 내가 병든 교우가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면, 그것은 하나님을 구한 것인가, 나의 유익을 구한 것인가? 고은비 그림 우리의 길잡이 엑카르트는 우리에게 스스로 이런 물음에 직면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드리는 기도 속에 내 자신의 욕심을 감추고 있는 경우가.. 2015. 4. 2. 넌 왜 하나님을 낳지 않느냐고?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2) 넌 왜 하나님을 낳지 않느냐고? 무엇이 하나님을 찬미할까요?… 하나님처럼 되지 않는 자는 하나님을 찬미할 수 없습니다. 지난 3월 중순, 겨우내 얼어붙은 땅이 풀리고 나서 밤이면 골짜기의 물소리가 제법 세차게 들렸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 맹꽁이 우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맹꽁이 소리는 적막한 골짜기의 적막을 깨뜨렸다. 맹꽁 맹꽁 맹꽁…… 늦도록 맹꽁이 우는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곁에 누웠던 이가 물었다. “맹꽁이가 왜 저렇게 울죠?” “짝을 부르느라 저러는 것 아니겠소?” “봄의 한 절정(絶頂)이군요!” 아, 봄! 낳고 싶어, 저를 닮은 것을 낳고 싶어, 저를 닮은 ‘하나’를 낳고 싶어, 하나가 되는 봄. 그래, 봄! 봄의.. 2015. 3. 26. 신의 빛깔로 물들고 싶은가?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1) 신의 빛깔로 물들고 싶은가? 버림은 모든 덕 가운데 가장 뛰어난 덕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영혼을 정화하고, 양심을 깨끗하게 씻어주며, 마음을 불태우고, 영을 깨우고, 소망에 생기를 주고, 하나님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나는 요즘 염색녀(!)와 함께 산다. 천연염색을 배운 뒤부터 그녀는 흰 천만 눈에 띄면 염색을 하려고 달려든다. 심지어 오랫동안 입던 런닝구, 팬티도 흰 색이면 염색의 대상으로 선택된다. 만일 내가 흰 천조각 따위로 세상에 태어났다면, 그녀는 나도 염료를 풀어놓은 물에 집어넣고 주물러댔을 것이다. 봄볕 고운 날, 나는 그녀가 황톳물을 풀어놓고 흰 광목에 염색을 하는 것을 옆에서 거들었다. 물먹은 광목을 그녀 혼자 다루기엔 너무.. 2015. 3. 17.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10) 그대가 있어 내가 있다 하나님은 만물을 사랑하시되 피조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으로 여겨 사랑하십니다. 몇 해 전이던가. 산과 들에 녹음이 우거질 무렵, 교우 가정에 초상이 났다. 나는 장례식 주례를 부탁받고 꽤 먼 거리였지만 교우 가정의 선산까지 따라갔다. 하관식을 마치고 작은 산등성이로 허위허위 올라가 둥근 봉분 만드는 걸 내려다보며 잠시 앉아 쉬고 있는데, 귀밑머리가 하얀 교우가 다가와 이파리가 딱 두 잎 달린 어린 단풍나무 한 그루를 쑥 내밀었다. 하관식을 하는 동안 산을 돌아다니다가 캤는데, 집에 가져가서 화분에 심어서 키워보라고! 그러면서 교우는, 이미 작고한 자기 모친에게 들었다며 어린 단풍나무에 얽힌 이야기 한 자락을 풀어놓았다... 2015. 3. 12.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