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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104

아뜩함과 무력감을 넘어 김기석의 톺아보기(4) 아뜩함과 무력감을 넘어 신문을 보아도 뉴스를 들어도 어제의 세상과 오늘의 세상이 별반 다르지 않다. 메르스 여파로 인한 파장으로 온 나라가 흔들려도 정부는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 하고 정치인들은 서로 깎아내리고 흠집내기에 열중하고 있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부정부패는 다반사가 되었다. 남북한의 긴장과 대립은 해소될 줄 모르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억지 부리는 강대국들의 횡포도 변함이 없다. 남을 모욕하고 부정함을 통해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평화를 거스르는 일이며, 반생명적인 폭거이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갈 수 있는 주한미군의 탄저균 실험에 대한 이 나라 정부의 대처는 또한 어떠한가. 이런 일들을 하도 많이 겪다 보니 무슨 소식을 .. 2015. 6. 5.
착한 노래가 듣고 싶다 김기석의 톺아보기(3) 착한 노래가 듣고 싶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꽃 저꽃 저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재미솔솔 이야기나라’ 수업이 진행되는 방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들의 낭랑한 노랫소리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풀꽃에까지 눈길을 주고, 기어이 예쁘다고 칭찬까지 하는 그 마음이 다사롭다. 반복되는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은 ‘이꽃 저꽃 저꽃 이꽃’ 하는 대목에 이를 때마다 곁에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았으리라. 참 좋다. 착한 노래가 착한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 이 시대의 가객 홍순관이 불렀던 노래도 귀에 쟁쟁하게 울려왔다. “왜 국에다 밥 말았어 싫단 말이야 싫단 말이야 이제부터 나한테 물어보고 국에 말아줘 꼭 그래야 돼.” 7살짜리 꼬마의 항변.. 2015. 5. 22.
쉼, 평화의 시작 김기석의 톺아보기(2) 쉼, 평화의 시작 활동보다는 존재가 먼저 “편안해 보이시네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니까 잘 적응이 안 되는데요. 늘 뭔가에 쫓기듯 살아왔는데 이렇게 지내도 되나 싶은 생각도 들고요.” “손에서 할 일을 내려놓으니까 불안하지요?” “불안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낯설어요. 마룻바닥에 엎드려 책도 보고, 멍하니 천장도 올려다보고, 졸리면 낮잠도 자고….” “수양회를 준비하는 분들이 ‘주제를 뭘로 할까요?’하고 묻길래, ‘쉼, 평화의 시작’이라고 말하니까 좀 당황스러워하더군요. 수양회를 잘 하려면 뭔가 이벤트를 만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는데, 담임목사라는 이가 이번 수양회는 교인들을 좀 심심하게 내버려두라고 하니까 고개를 갸웃거려요. 하지만 사람은 심심함에 처할 줄도.. 2015. 5. 13.
하녀 딜시에게서 빛을 보다 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15) 하녀 딜시에게서 빛을 보다 안녕하십니까? 모처럼 만나도 나눌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입니다. 어제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미학편지》를 언급했지요? 조금 난해한 책이기는 하지만 저는 인간의 심성이 조금 따뜻하고 깊어지기 위해서는 미학적 감수성을 길러야 한다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아름다움에 눈을 뜰 때, 그리고 아무런 목적도 없이 무위의 놀이를 즐길 수 있을 때 지금 우리를 붙들고 있는 욕망의 포박이 느슨해지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일부러라도 시간을 내서 잘 놀아야 할 텐데 해야 할 일에 자꾸만 떠밀리고 있습니다. 아내는 가끔 일 중독이라며 저를 나무라기도 합니다. 시간의 주인으로 살지 못하고, 시간의 부림을 .. 2015. 4. 5.
참으로 인간이고자 김기석의 톺아보기(1) 참으로 인간이고자 - 지금 여기 정의로운 생명 평화 - 오늘의 세상 “참 고운 얼굴이 없어?/하나도 없단 말이냐?/그 얼굴만 보면 세상을 잊고,/그 얼굴만 보면 나를 잊고,/시간이 오는지 가는지 모르고,/밥을 먹었는지 아니 먹었는지 모르는 얼굴,/그 얼굴만 대하면 키가 하늘에 닿는 듯하고,/그 얼굴만 대하면 가슴이 큰 바다 같애,/남을 위해 주고 싶은 맘 파도처럼 일어나고,/가슴이 그저 시원한,/그저 마주앉아 바라만 보고 싶은,/참 아름다운 얼굴은 없단 말이냐?/저 많은 얼굴들 저리 많은데,/왜 그리 다 미울까, 다 더럽기만 할까!”(함석헌, 중) 무정한 세월은 변함없건만 인간사는 어지럽기 이를 데 없다. 인간뿐인가. 인간이 지구별의 최상위 포식자가 된 후 만물이 다 신음하고 있다.. 2015.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