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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104

꽃을 먹는 새 한 아이가 쌀새에 대해 물었다. “저 새는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죠, 엄마? 혹시 꽃을 먹는 게 아닐까요?”(헨리 데이빗 소로우, , 강은교 옮기고 엮음, 도서출판 이레, p.171)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모처럼 맑은 햇빛을 보니 참 좋습니다. 마치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린 것 같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빛을 받아 환히 열린 미래를 봅니다”(시 36:9)라고 노래했던 시인의 마음을 조금은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도 계시지요? 가끔 삶이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나의 언덕을 넘고 나면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또 다른 언덕이 우리를 기다리곤 합니다.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형 에서를 피해 .. 2021. 9. 9.
우리 속의 빛이 어둡지 않은가? “가장 절실한 인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위대한 장군이나 성직자가 아닙니다. 지금 배고픈 사람, 지금 추위에 얼어 죽어가는 사람, 지금 병으로 괴로워 몸부림치고 있는 사람, 온갖 괴로움 속에 허덕이는 사람만이 진실을 말할 수 있습니다.”(이오덕과 권정생이 주고받은 아름다운 편지, , 한길사, p.233에 나오는 권정생의 말) 주님의 은혜와 평화를 빕니다. 벌써 9월에 접어들었습니다. 별고 없이 잘들 계신지요? 격절의 세월이 한없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앞에 당도한 시간은 하나님의 선물임이 분명합니다. “좋은 때에는 기뻐하고, 어려운 때에는 생각하여라. 하나님은 좋은 때도 있게 하시고, 나쁜 때도 있게 하신다. 그러기에 사람은 제 앞일을 알지 못한다”(전 7:14). ‘알지 못함’, .. 2021. 9. 4.
서로 남의 짐을 져 주십시오 “아침에 눈떠서 생각한다. 나는 그동안 받기만 했다고, 받은 것들을 쌓아놓기만 했다고, 쌓인 것들이 너무 많다고, 그것들이 모두 다시 주어지고 갚아져야 한다고, 그래서 나는 살아야겠다고……”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 , 한겨레출판, p.94)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바울 사도는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수신인들을 가리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여러분’이라고 칭했습니다. 그리고 “각처에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이들에게도 아울러 문안드립니다”(고전 1:2)라고 말합니다. 어제와 오늘, 이 구절을 많이 묵상했습니다. 특히 ‘각처’라는 말이 크게 다가왔습니다.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간간이 기도를 부탁하.. 2021. 8. 26.
우리 사이에서 거니시는 분 “너희가 사는 곳에서 나도 같이 살겠다. 나는 너희를 싫어하지 않는다. 나는 너희 사이에서 거닐겠다.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내가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어, 그들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하였다. 또, 나는 너희가 메고 있던 멍에의 가름대를 부수어서, 너희가 얼굴을 들고 다니게 하였다.”(레 26:11-13) 주님의 은총과 평강을 기원합니다. 한 주간 동안도 수고 많으셨지요? 많은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이 흔쾌할 수만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버티며 살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세상의 많은 고통 가운데 하나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지요? 유행가 제목이 요즘 우리 마음을 참 적실하게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그리움만 쌓이.. 2021. 8. 19.
캄캄한 밤에 다닐지라도 “노력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고, 절망에서 출발하지 않고도 성공에 이를 수 있다. 실패를 거듭한다 해도, 퇴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해도, 일이 애초에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돌아간다 해도, 다시 기운을 내고 용기를 내야 한다.”(빈센트 반 고흐, , 신성림 옮김, 예담, p.82)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입추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바람결이 달라졌습니다. 새벽이면 홑이불을 끌어당기게 됩니다. 그렇게 보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뭇잎도 그 무성하던 초록이 조금 풀이 죽은 것처럼 보입니다. 매미소리도 조금 애잔해졌습니다. 참매미, 말매미, 쓰름매미, 유지매미 소리가 뒤섞여 숲을 가득 채우더니 이제는 제풀에 꺾인 듯 소리 크기가 줄어들었습니다. 계절은 이렇게 어김없이 순환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 2021. 8. 12.
밤은 밤에게 낮은 낮에게 “하늘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창공은 그의 솜씨를 알려 준다. 낮은 낮에게 말씀을 전해 주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알려 준다. 그 이야기 그 말소리, 비록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그 소리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그 말씀 세상 끝까지 번져 간다.”(시 19:1-4a) 주님의 은혜와 평화를 빕니다. 한 주간 동안도 무탈하게 지내셨는지요? 우리 인생은 하루의 점철(點綴)이라지요? 점철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수없이 많은 점을 찍어 형태를 드러내는 점묘법 화가들이 생각납니다. 그들의 점 찍기는 일종의 수행이 아닐까요? 지루함의 악마와 싸우며 끝없이 반복되는 작업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사는 모습 속에 우리 인생 전체 모습이 반영된다고 합니다. 부분은 전체를 닮고 .. 2021. 8. 6.
스스로 버림을 받지 않기 위하여 “주님, 제가 아직 짓지 않은 많은 죄에서 저를 지켜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저지른 모든 죄를 슬퍼하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만난 모든 사람들, 그들이 저의 친구이든지 적이든지, 그들을 만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그들 모두가 결국 제 친구로 되기를 기도합니다.”(Margery Kempe, 1373-1440)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무더위를 잘 견디고 계시는지요? 날이 얼마나 더운지 모기들도 활동을 쉬고 있다지요? 물것을 많이 타는 분들에게는 이 여름이 주는 작은 위안인 것 같습니다. 낮에는 차마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아 이른 새벽에 공원을 걷고 있습니다. 걷는 시간은 기도의 시간인 동시에 얼크러진 생각의 타래를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한낮에 땀을 흘리며 일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 2021. 7. 29.
무지개 다리 “삼라만상은 모두 상이하고 독특하고 희귀하고 낯설구나./무엇이나 변덕스럽고 점철되어 있나니(누가 그 이치를 알까?)/빠르거나 느리고, 달거나 시고, 밝거나 어둡구나./이는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지닌 그분이 낳으시는 것이니, 그분을 찬미할지어다.”(제라드 홉킨스, , 김영남 옮김, 지식을 만드는 지식, p.88, ‘알록달록한 아름다움’ 중에서) 주님의 은총과 평강이 우리 가운데 임하시기를 빕니다. 삼복더위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초 ·중복이 지났고 이제 대서 절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마른 장마도 끝이 났다지요? 요즘 하늘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새털구름이 드리운 하늘은 뭔가 목가적 세계의 문처럼 보입니다. 저녁 노을 또한 장관입니다. 지난 월요일 늦은 오후에 공원 근처를 걷고 있는데, 여성 몇 분이 휴대.. 2021. 7. 22.
단순한 삶으로의 초대 “나는 잠시 동안이나마 당신 옆에 앉을 은총을 구합니다. 지금 하던 일은 뒷날 마치겠습니다. (중략) 지금은 말없이 당신과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이 조용하며 넘치는 안일 속에서 생명의 헌사를 노래할 시간입니다.”(타고르, , 김병익 옮김, 민음사, p.18) 긴장된 시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치 지뢰밭 위를 걷는 것처럼 조마조마합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보아도 긴장된 표정이 역력합니다. 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보면 불편합니다. 함부로 지적했다가 시비에 휘말릴 것 같아 얼굴만 찌푸리고 재빨리 지나칩니다.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할 순 있지만 마주 선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낀다면 그 일을 삼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한계를 모르는 자유는 위험합니다. 앞을.. 2021.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