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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석의 ‘하늘, 땅, 사람 이야기103

즐겁게 불편을 택하라 “내 당신의 곁에 가기만 해도 내 자신이 이미 아니리만큼 당신 위대하십니다. 당신은 너무도 어두우시와, 내 하찮은 밝음조차 당신의 가장자리에선 의미도 없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구기성 역, 을유문화사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무탈하신지요? 워낙 예기치 않은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세상이기에 이런 질문을 드리는 것도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교우들 가운데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건강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느닷없는 중병 선고는 우리 삶의 기반을 사정없이 흔들기도 합니다. 함께 기도를 드리고, 별일 없이 잘 극복하실 거라고 격려하지만 당사자가 느끼는 혼돈과 두려움을 누가 다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네가 물 가운데로 건너갈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하고, 네.. 2021. 6. 25.
나무 그늘 같은 사람 “얼굴이 바로 푸른 하늘을 우러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정지용, ‘나무’ 1연) 주님이 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있기를 빕니다. 이제 며칠 후면 하지입니다. 계절이 아주 빠르게 여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청명한 하늘 풍경을 사진에 담아 보여주시길래 목회실 식구들도 점심 식사 후에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지붕에 올라가 남산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교회 십자가 탑, 햇빛 발전소, 남산 타워로 연결되는 풍경이 아름다웠습니다. 맑은 대기 속에 머물다 보면 마음까지 절로 환해집니다. 한 동안 거기 머물다 보니 지붕의 열기가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낮 시간에 조금 움직이다 보면 저절로 그늘을 찾게 됩니다. 뙤약볕 아래서 오랜 시간 걸어본 사람이라면 한 줌 그늘이 주는 위.. 2021. 6. 17.
사랑은 느림에 의지한다 “계획은 사람이 세우지만, 결정은 주님께서 하신다. 사람의 행위는 자기 눈에는 모두 깨끗하게 보이나, 주님께서는 속마음을 꿰뚫어보신다. 네가 하는 일을 주님께 맡기면, 계획하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잠 16:1-3) 주님의 은총과 평강이 교우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6월에 접어들면서 낮 기온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퇴근 무렵에도 낮 동안 달구어진 지열 때문인지 무척 덥습니다. 재킷을 벗어 들고 걷는 데도 땀이 흠뻑 뱁니다. 농부들은 보리 수확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모내기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땅을 가까이 하고 사시는 분들의 노동이 때로는 거룩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농부들이 일확천금을 노리지 않기 때문일까요? 심는 대로 거둔다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여 사는 이들이 부럽습니다. 심.. 2021. 6. 11.
충실한 삶을 위하여 “좋으신 주님, 제 인생의 배를 저어 아늑한 당신 항구로 이끄소서. 거기라면 죄와 갈등의 풍랑을 피하여 안전할 수 있겠습니다. 제가 취해야 할 항로를 보여주소서. 제 안의 분별력을 새롭게 하시어, 저로 하여금 가야할 방향을 바로 찾게 하소서. 비록 바다가 거칠고 물결이 높다 하여도, 당신 이름으로 수고와 위험을 뚫고 나가면 마침내 위로와 평안을 얻게 될 줄 아오니, 저에게 바른 항로를 선택할 힘과 용기를 주소서.”(카에사리아의 바실리우스, 이현주가 옮기고 엮은 중에서)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가내에 넘치시기를 빕니다. 벌써 6월입니다. 망종(芒種) 절기가 다가옵니다. 왠지 햇보리밥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은 빨갛게 익은 앵두를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이른 아침 공원에서 주변 눈치를 살피며 앵두를.. 2021. 6. 3.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기 “주님께서 주시는 힘을 얻고, 마음이 이미 시온의 순례길에 오른 사람들은 복이 있습니다. 그들이 '눈물 골짜기'를 지나갈 때에, 샘물이 솟아서 마실 것입니다. 가을비도 샘물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 그들은 힘을 얻고 더 얻으며 올라가서, 시온에서 하나님을 우러러뵐 것입니다.” (시 84:5-7) 주님의 평화가 우리 가운데 임하시기를 빕니다. 5월 말인데도 며칠 선득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사무실에 장시간 앉아 있다가 몸이 차가워졌다 느끼면 화단에 나가 볕바라기를 합니다. 꽃들의 향연에 슬며시 끼어들어 벌들처럼 코를 벌름거리기도 합니다. 꽃은 싫은 내색조차 없이 자기 향기를 나눠줍니다. 나눠주고 나면 텅 비어 버릴까 걱정스럽지만, 향기 창고가 비는 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따금씩 날아와 이 꽃 저 꽃 문을 .. 2021. 5. 28.
막막함을 몰아내 주소서 “이와 같이, 성령께서도 우리의 약함을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알지 못하지만, 성령께서 친히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하여 주십니다.”(롬 8:26)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우리 가운데 임하시기를 빕니다. 우리는 지금 부활절기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돌아오는 주일은 성령강림주일입니다. 주님은 제자들에게 “내가 아버지께 구하겠다. 그리하면 아버지께서 다른 보혜사를 너희에게 보내셔서, 영원히 너희와 함께 계시게 하실 것이다”(요 14:1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세상 끝날까지 함께 계시는 주님의 영에 힘입어 그리스도께서 앞서 걸어가신 그 길을 걸어갈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 시대이기에 우리는 더욱 영들을 분별하는 지혜를.. 2021. 5. 20.
기초가 바닥부터 흔들릴 때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나아가는 사람은,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과, 하나님은 자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상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히 11:6) 주님의 은총과 평강을 기원합니다. 우리는 지금 입하와 소만 사이를 지나고 있습니다. 떡갈나무 잎이 넓게 퍼지고 뻐꾹새와 꾀꼬리 울음소리가 자주 들려올 때입니다. 시인 정현종 선생은 ‘올해도 꾀꼬리는 날아왔다’는 시에서 “5월 7일 오전 9시 43분/올해 첫 꾀꼬리 소리”가 들려왔다고 적었습니다. 청명한 대기를 울리는 꾀꼬리 울음소리는 아득한 그리움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그 소리의 품 안에 안기고 또 안긴다고 말합니다. “번개처럼 귀밝히며/또한 천지를 환히 관통하는/이 세상 제일 밝은 光音.. 2021. 5. 13.
시리고 아픈 사랑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하나님 아버지 모셨으니 믿음의 반석도 든든하다 우리집 즐거운 동산이라 고마워라 임마누엘 예수만 섬기는 우리집 고마워라 임마누엘 복되고 즐거운 하루 하루”(찬송가 559장 1절) 아름다운 5월,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로 이어지는 5월의 첫 주간입니다. 뭔가 기대를 품은 아이들의 눈빛이 귀엽습니다. 꽃 가게마다 카네이션을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네요. 교회에서 보내준 선물 상자를 개봉하며 신나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았습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사실이 주는 위안과 기쁨은 어른과 아이가 다르지 않을 겁니다. 환청처럼 제 귀에 낭랑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비 개인 아침 공원을 천천히.. 2021. 5. 6.
님께 바쳐지이다 “하나님의 계획은,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통일시키는 것입니다.”(엡 1:10) 주님의 평화와 은총을 빕니다. 잘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시절은 여전히 어수선하기만 합니다. 주말부터 주초께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가 싶어 기대를 품어 보지만, 주중에는 어김없이 늘어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희망 고문처럼 느껴집니다. 조금 무심해져 보려고 하지만 교회 문을 닫고 있는 입장에서 그럴 수가 없군요. 이 곤고한 시간이 속히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교우들 가운데는 병원에 입원하신 분들도 계시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주님께서 힘겨운 시간을 견딜 힘을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난 월요일 모처럼 아내와 용산가족공원을 천천히 걸었.. 2021. 4.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