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자리의 '종횡서해'25 말씀에 빛을 뿌리는 묵상과 메시지 꽃자리의 종횡서해(7) 말씀에 빛을 뿌리는 묵상과 메시지 -김기석 목사의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 서평 - 1. 김기석 목사의 글을 읽는 것은 큰 즐거움의 경험이다. 내 독서 경험의 반경에서 좀 과감하게 판단하자면 그는 이 땅의 목사들 중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목사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을 주업으로 삼는 목사에게 글을 잘 쓴다는 말은, 특히 이 땅에서 말씀이 유통되는 지형을 감안할 때, 단순한 칭찬 이상의 함의를 띤다. 그가 매우 섬세하게 언어를 다루는 기술이 하나님 말씀을 공들여 조탁하는 세공술로 전이되어 글과 함께 독자가 한없이 깊어지고 넓어지는 감화의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억지로 되는 일이 아니고, 겉 폼을 잔뜩 잡고 온갖 화려한 수사를 늘어놓는다고 만들어지는.. 2015. 3. 8. 은혜 받은 자, 그 존재의 이유 꽃자리의 종횡서해(5) 은혜 받은 자, 그 존재의 이유 앨버트 칸의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 “1889년 바르셀로나의 한 고서점, 열세 살의 파블로 카잘스가 먼지와 곰팡이로 뒤덮인 악보들 사이에서 기적과도 같은 발견을 한다. 빛바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필사본, 바흐 사후 한 번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사멸된 이 곡은 천재 첼리스트의 손에 운명처럼 쥐어지고 그가 25세 되던 해에 비로소 공식적으로 연주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이것이 이 책을 읽기 전, 천재적인 첼리스트라는 것 외에 내가 파블로 카잘스에 대해 알고 있는 단 하나의 에피소드였다. 이나마도 그를 소개하는 TV의 어느 문화 교양 프로그램에서 얻어들은 것이었다. 잊혀졌던 바흐의 필사본, 사멸된 곡의 부활, 먼지 더미 속의.. 2015. 2. 27. 침묵 읽기, 침묵 말하기, 침묵하기 꽃자리의 종횡서해(4) 침묵 읽기, 침묵 말하기, 침묵하기 -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린 줄 알았던 책이 되살아나는 걸 보니 여간 기쁘지 않다. 이 책을 이미 읽었던 이들이 바로, 이 책의 부활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8년 만에 재쇄에 들어가면서 역자가 붙인 글이다. 이 책이 얼마나 오랫동안 침묵하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긴 침묵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다시 소리 없이 부활했는지, 짧지만 명쾌하게 설명하는 글이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책에도 운명(사실은 앞이든 뒤든 생년월일을 명확히 박는 까닭에 사주라고 하지만, 매체의 특성상 다소 광범한 언어로 대체한다)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 책으로 말하자면 깊은 수도원의 은둔자처럼 존재하지만 눈이 밝은 사람.. 2015. 2. 12. 세상이 소란을 피워도 꽃자리의 종횡서해(3) 세상이 소란을 피워도 - 자끄 러끌레르끄의 《게으름의 찬양》, 《무지의 찬양-무보수의 찬양》 - 인간을 무한경쟁과 파멸로 몰아넣고 있는 현대 문명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의 반발이 시작되었다. 느림의 미학이 이제는 시대의 유행어가 되었고 문명의 풍진을 훌훌 벗어던진 헨리 데이빗 소로우나 헬렌과 스콧 니어링은 이 시대의 교양이 되었다. 느림과 소박함, 자연으로의 회귀를 일깨우는 책들은 크게 몇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 종교적 영성에 입각해 자신에 대한 성찰로 이끄는 책들이다. 요즘 꾸준히 팔리고 있는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 한 때 서점가를 휩쓴 베트남 출신의 승려 틱 낫한의 《화》, 《평화로움》 등의 저서들, 달라이 라마의 강론과 수상집들, 아직은 가톨릭 내에 머물고 있어 안타까운.. 2015. 2. 5.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 꽃자리의 종횡서해(3)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 - 홍순명의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 이야기》 - 새로운 세계관과 시대 정신 우리는 《파우스트》라고 하면 으레 19세기 독일의 문호 괴테가 쓴 작품을 연상한다. 이 작품을 괴테의 창작인 줄로 생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중세 말기 이래 수많은 작가들이 파우스트를 주제로 다양한 버전의 작품을 썼다. 그런데 그 많은 작품 중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바로 우리가 잘 아는 괴테의 《파우스트》뿐이다. 괴테의 인생관과 우주관, 종교관에 의해 재구성된 그 《파우스트》만이 영속적인 생명력을 얻고 불멸의 고전이 되어 우리에게까지 전해 오는 것이다. 《파우스트》에 다양한 버전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 전설과 민담에도 .. 2015. 2. 5. 예수는 하나님의 심장이다 꽃자리의 종횡서해(2) 예수는 하나님의 심장이다 -마커스 보그의 《기독교의 심장》 “기독교의 심장에는 심장의 길, 곧 우리를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차원에서 변화시키는 오솔길이 있다. 기독교의 심장에는 하나님의 마음, 곧 우리가 변화되고 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열정이 있다. 기독교의 심장에는 하나님의 열정에 참여하는 삶이 있다”(340쪽). • 패러다임 변화 욕먹는 게 아픈 게 아니라, 욕을 먹으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이 더 아프다. 한국 교회를 대표한다는 어느 교회가 수천억을 들여 교회를 짓고 그 후유증으로 내홍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사람들의 비웃음 소리는 더욱 크게 들려온다. 사정이 있을 터이다. 하지만 그 사정이 바깥사람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소설가 이승우의 에.. 2015. 1. 31. ‘천사’가 일깨워준 새로운 삶 꽃자리의 '종횡서해'(1) ‘천사’가 일깨워준 새로운 삶 - 마사 베크의 《아담을 기다리며》 - 몇 해 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의 『개인적 체험』이라는 작품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원래 사소설(私小說)적 전통이 뿌리 깊은 일본이기 때문에 조금 덜 했을지는 모르지만, 작가의 이색적인 자기 고백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이 당대의 국내 독자들에게 준 충격과 감동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작가 개인의 가장 내밀하고도 직접적인 경험을 담은 이 소설의 내용은, ‘뇌 헤르니아’라는 기형의 병을 앓고 있는 장애 아이를 키우는 버드라는 사내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머리에 혹이 달린 아이는 뇌수술을 받지 않으면 곧 죽게 된다. 장애아를 살려 키울 것인가, 아니면 미필적 .. 2015. 1. 27.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