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강유철의 '음악정담'26 거세된 개신교 음악 지강유철의 음악정담(17) 거세된 개신교 음악 전 세계 대다수 연주회장에는 스타인웨이란 피아노가 놓여있습니다. 그만큼 스타인웨이의 성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인데, 이 악기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각각의 악기 소리가 다릅니다. 예술의전당은 시리얼 넘버가 571318, 550699, 571309인 세 대의 그랜드 피아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 바닥에서는 약칭으로 ‘318’, ‘699’ 등으로 부르지만 말입니다. 연주자들이 독주회나 오케스트라와 협연 전에 피아노를 고르는 일은 매우 중요한 통과의례입니다. 예술의 전당 피아노 중 가장 많이 사랑을 받는 악기는 ‘318’입니다. 이유는 ‘밝고 화려하면서 볼륨 있는 소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카디 볼로도스, 랑랑, 안젤라 휴이트.. 2015. 4. 24. ‘1004’의 천사 지강유철의 음악정담(16) ‘1004’의 천사 일찍 출근해서 티보 노알리의 바이올린 솔로 음반을 틀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기계상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소리가 전혀 다르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몸이 소리의 음색, 잔향 등에 대해 전혀 다르게 반응합니다. 내 오디오 시스템이 이런 소리였던가 싶을 정도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그 이유가 몸에 있네요. 주말의 휴식으로 몸의 상태가 나아지니 소리에 다르게 반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의 정신과 몸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음악을 듣는 행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지를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습니다. 독서할 때 음악이 방해가 된다는 고정 관념을 가진 분들은 음악 자체가 독서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읽는 책과 선택한 음악의 부조화나.. 2015. 4. 17. ‘말씀’과 ‘전례’, 그리고 음악 지강유철의 음악정담(15) ‘말씀’과 ‘전례’, 그리고 음악 - 북 콘서트 ‘트루에 오르겔과 함께 하는 요한복음 산책’ 곡목해설 - 모차르트(1756-1791) ‘아베 베룸’ K. 618 모차르트는 1783년 미사 C단조를 작곡하다가 중단한 후 8년 동안 종교 음악을 작곡하지 않았습니다.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은 그가 죽은 1791년 6월 17일 바덴에서 성체성혈대축일에 초연되었습니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인생의 1/4에 해당하는 8년이란 긴 시간의 침묵 끝에 ‘아베 베룸’을 작곡하였고, 을 작곡하다가 다 끝내지 못하고 눈을 감았습니다. 물론 ‘아베 베룸’과 그 사이에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인 27번 내림나장조, 오페라 와 등의 작품이 탄생했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볼 때 ‘아베 베룸’은 모차르트의 생애 또.. 2015. 4. 9. 베토벤의 짓물러진 엉덩이 지강유철 음악정담(14) 베토벤의 짓물러진 엉덩이 베토벤하면 사람들은 영웅과 천재 등의 단어를 떠올립니다. 그에게 그런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그걸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순간, 그도 우리처럼 아프고, 괴롭고, 실수하고, 돈에 쪼잔 했던 인간이었다는 구체성은 지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천재와 불굴의 영웅 베토벤 앞에 무릎을 꿇고 평생 그를 칭송하며 살아가느냐, 아니면 더도 덜도 아닌 인간 베토벤을 받아들이고 그와 ‘친구 먹으며’ 살아가느냐! 이 짧은 글에서 베토벤의 인간됨에 대해 두루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의 다른 인간적 면모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그가 수십 년 동안 달고 살았던 지긋지긋했던 병력을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이를.. 2015. 3. 31. ‘할렐루야’ 유감 지강유철의 음악 정담(13) ‘할렐루야’ 유감 1. 는 신승수 감독의 1997년 영화입니다. 주연 배우 박중훈에게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안긴 작품이지요. 개봉 때 봤지만 명절 특집으로 TV에서 다시 틀어주면 채널을 돌리지 않고 또 보던 영화입니다. 전과 3범으로 출소한 양덕건(박중훈)은 교통사고 피해자인 한 목사의 지갑에서 ‘이 편지를 갖고 오면 개척 교회 지원금 1억 원을 준다’는 내용에 혹해 한 대형교회를 찾아갑니다. 그리고는 아슬아슬하게 2주간 동안 목사 행세를 합니다. “믿음, 소망, 사기… 그 중에 제일은 사기니라”는 카피가 눈에 띄었던 포스터가 아직 기억납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이 영화가 크리스천들의 반발 때문에 풍자로 일관한 결말 부분에서 주인공이 회개를 하도록 각본을 수정했고.. 2015. 3. 23. 우리의 허수아비 수난 영성 지강유철의 음악정담(12) 우리의 허수아비 수난 영성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는 가톨릭 성지와 개신교 성지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2009년부터 합정동으로 출근하면서 이 양화진을 찾는 참배객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이 개신교 성지인 양화진외국인선교사 묘원 안에 있어 창문을 열 때마다 개신교 참배객을 관찰할 수 있었고, 절두산은 점심 후 산책 코스입니다. 두 곳 모두 사색의 공간이자 역사의 공간이지만 두 종교인들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가톨릭 참배객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에 개신교 신자들은 끊임없이 움직입니다. 개신교 신자들이 설명문과 비석을 보기 위해 멈춰 선다면 가톨릭 신자들은 묵상을 위해 그 자리에 머무는 것입니다. 절두산 성지는 신자들이 예수님의 일대기를 묵상할 수 있도록 14곳에.. 2015. 3. 18. 고맙다, 음악! 지강유철의 음악정담(11) 고맙다, 음악! 즐겨찾는 동호회 사이트가 있습니다. 6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미국의 AR이란 스피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사이트입니다. 그 사이트를 방문하면 숱한 세월 하이앤드 오디오를 하다가 뒤늦게 AR로 회심한 사람들의 참회기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한 번 빈티지 오디오에 빠지면 신앙 수준으로 집착하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습니다. 다른 스피커나 앰프 추종자들도 마찬가지지만 AR 마니아들의 AR에 대한 충성도는 유명합니다.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다른 사람들의 오디오를 우습게 보는 태도를 보였다가 말썽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AR이란 스피커를 알게 된 것은 2007년입니다. 당시 저는 경남 진해에서 글을 쓰고 있었는데 자가용이 없는 .. 2015. 3. 11. 나이든 송창식의 노래 지강유철의 음악정담(10) 나이든 송창식의 노래 2007년에 월간 이란 잡지에 ‘송창식이 클래식이다’란 글을 기고한 일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2년 동안 한국에 머물던 서경식 선생이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메조 소프라노인 아내를 위해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철학자 김상봉 선생이 사회를 보았는데 슈만의 연가곡 ‘여인의 생애와 사랑’이 주 레퍼토리로 꾸며진 무대였습니다. 연주회 형식을 갖췄지만 그 동안 고마웠던 지인들을 초청한 자리였습니다. 공연장 앞에서 차병직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김두식 교수와 한 차례 동석을 한 게 전부였는데 먼저 다가와 ‘송창식이 클래식이다’란 글을 잘 읽었다고 인사를 건네주더군요. 은퇴 후에 송창식 평전을 써보고 싶다는 이야기와 함께 말입니다. 차병직의 송창식과의 관계는 대학생.. 2015. 3. 3. 장욱진과 슈베르트 지강유철의 음악 정담(9) 장욱진과 슈베르트 슈베르트(1797-1828)를 자기주장이 강했던 사람이라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 음악가들에게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신경질적 예민함이나 신념이 강한 사람의 과격함보다는 수줍음, 청순함이 더 잘 어울려 보이기 때문입니다. 슈베르트 음악은 나쁘게 말하면 소녀취향이고, 좋게 말하면 투명하게 아름답다는 평이 우세합니다. 하지만 그가 쓴 종교 음악을 들여다보면 그런 통념에 슬그머니 이의를 제기하고 싶어집니다. 사람들이 슈베르트하면 떠올리는, 짝사랑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용기 없는 사람이란 통념이 절반만 맞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드는 까닭입니다. 슈베르트는 짧은 31년을 살다 가면서 1000여 곡을 남겼습니다. 그 중에 종교 음악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 2015. 2. 2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