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희철의 '두런두런'/한희철의 얘기마을502 열흘간의 휴직 계 한희철의 얘기마을(7) 열흘간의 휴직 계 열흘간의 휴직 계를 내고 성문 씨가 단강에 내려왔다. 지난번 사고로 몸이 불편해진 아버지,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직장에 열흘간 휴직 계를 냈다. 논밭 갈고 못자리를 해야 하는데, 연로하신 부모님 두 분으로선 힘에 부치다는 걸 왜 몰랐으랴만, 몸마저 불편하신 아버님 전화 받곤 안타까움을 마음에만 둘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수요예배를 마친 뒤 사택에서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얼마 전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는 성문 씨가 병철 씨와 함께 예배에 참석한 것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웃으며 한 이야기였지만 마음이 아팠다. “부모님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들어와야죠. 마음속엔 늘 그 생각뿐이에요. 그러나 들어오면 내 인생은 희생되는 거구요... 2020. 6. 23. 뜻밖의 손님 한희철의 얘기마을(6) 뜻밖의 손님 ‘어렵게 준비된 잔치일수록 아름다운 법’이라던 생텍쥐페리의 말은 살아가며 늘 새롭게 다가온다. 1989년 부활절은 생텍쥐페리의 말을 다시 한 번 생각나게 하는 날이었다. 오토바이 뒤에 아내와 딸 소리를 태우고 부활란이 든 봉투를 한 손에 잡고선 강가로 갔다. 부활절 낮예배를 마치고 점심을 먹을 때, 강가에 주둔하고 있는 군인들이 생각났던 것이다. 팀스피리트 훈련을 끝내고 철수를 기다리고 있는 군인들이 조귀농으로 가는 강가에 주둔하고 있었다. 혹 그들 중 오늘이 부활절임을 기억하면서도 여건상 예배에 참석치 못한 이가 없을까 싶어 부활란 얼마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당신 영어 할 자신 있어요?” 강가로 나가자는 말에 웃으며 묻는 아내 말에 “까짓것 그거 못 하려고? 그.. 2020. 6. 22. 뜻밖의 소풍 한희철의 얘기마을(5) 뜻밖의 소풍 우리 몇 몇 목회자는 원주에서 라는 찻집을 하고 있는 최종위 씨를 ‘아저씨’라 부른다. 의미로 보자면 ‘형님’ 정도가 될 것이다. 언제 찾아가도 후덕한 웃음으로 맞아 주시는, 기꺼이 성경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주신 고마움을 그렇게 기억하는 것이다. 아저씨라는 호칭 속엔 그분의 나이가 아니라 인품이 담겨 있다. 최종위 아저씨로부터 온 전화는 뜻밖이었다.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지난번 언젠가 에 아내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미국에 있는 한 교회에서 말씀집회 강사로 청하며 우리 내외를 같이 청했는데, 아내는 동행하지 않았다. 같이 사는 마을의 젊은 엄마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이야기를 에 옮기는 것 자체를 아내는 원하지 .. 2020. 6. 21. 자조 한희철의 얘기마을(4) 자조 버스에 탄 할아버지 두 분이 이놈, 저놈 호탕하게 웃으며 농을 한다. “이놈아,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어허 그놈, 으른 애도 모르는 걸 보니 갓난애구먼.” “이놈아, 집에 틀어박혀있지 나가길 어딜 나가누. 나갔다 길 잃어버리면 집도 못 찾아올라구.” “고 어린 게 말은 잘하네. 아직 이도 안 난 것이.” “뭐라고?” 어이없어 껄껄 웃고 마는 할아버지, 정말 앞니가 하나도 없다. 친구 같은 두 분 할아버지, 무심한 세월 덧없음을 그렇게 서로 자조하고 있는 것이었다. (얘기마을, 1989년) 2020. 6. 20. 삶을 모르고서야 한희철의 얘기마을(3) 삶을 모르고서야 “제가 열 살 때 샘골로 글을 가르치러 댕겼어요. 국문이죠. 그때 칠판이 있었겠어요? 그런데 샘골 노인들이 참 지혜로웠어요. 어떻게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면서 쟁반에다 좁쌀을 담아 준비를 해 둔 거예요. 손가락으로 좁쌀 위에 글을 썼다가 흔들면 지워지니 아, 그 얼마나 편하고 좋아요.” “요샌 큰일이에요, 시골에도 도둑이 많으니. 며칠 전엔 성희 네도 도둑을 맞을 뻔 했대요. 자가용 타고 온 웬 남자들이 서성거려 그 집에 온 손님인 줄로 알았지 도둑인 줄 생각이나 했겠어요.” “바로 그날 부놋골에서 도둑을 맞았데요. 금반지 다섯 개와 쌀 두가마를 잃어버렸대요.” “흥호리에선 경운기 앞대가리만 빼갔대요. 값나가는 쪽이 앞쪽이니까 대가리만 빼서 차에 싣고 갔나 봐요... 2020. 6. 19.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한희철의 얘기마을(2)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계시니까 솔직히 말이지, 난 세상에서 목사님이 제일루 편한 줄 알았어유. 일요일 날 예배만 보구선 맨날 쉬는 줄루 알았어유.” 교통사고를 당한 딸 간호를 위해 딸네 집에 다녀온 이서흠 성도님이 예의 두 눈이 다 감기는 웃음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사고를 당한 따님은 사모님입니다. 고향을 떠나서 시작된 믿음이 사모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했습니다. “가서 며칠 있어보니까유, 세상에, 목사 사모만큼 힘든 일두 읍드라구유. 자기 몸이 아파두 교인이 아프다문 거기 쫓아가야지, 시간 나문 기도하구 책 봐야지유. 괜히 옆에서 지켜보니까 자꾸 눈물이 나드라구유.” “전 농사 짓는 사람이 제일 힘든 것 같은데요?” 했더니 “저두 그랬어유. 세상에 농사짓는 일만큼 힘든 게 또 .. 2020. 6. 18. 그것밖엔 될 게 없어서 한희철의 얘기마을(1) 그것밖엔 될 게 없어서 따뜻한 봄볕이 좋아 소리와 규민이를 데리고 앞개울로 나갔다. 개울로 나가보니 버들개지도 벌써 피었고, 돌미나리의 새순도 돋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밭둑에 어느새 풀들이 쑥 자라 있었다. 개울물 소리 또한 가벼운 몸짓의 새들과 어울려 한결 명랑했다. 겨울을 어떻게 났는지 개울 속에는 다슬기들이 제법 나와 있었다. 다슬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논둑을 지나다보니 웬 시커먼 덩이들이 군데군데 논물 안에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개구리 알이었다. “저게 뭔지 아니?” “몰라요.” “개구리 알이야, 저 알에서 올챙이가 나오는 거야.” 소리와 규민이가 신기한 눈빛으로 개구리 알들을 쳐다본다. “올챙이가 커서 뭐가 되는지 아니?” “개구리요.” 책에.. 2020. 6. 17. 이전 1 ··· 53 54 55 5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