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살아지데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83) 다 살아지데요 아직은 젊은 사람. 도시를 피해, 도시가 요구하는 삶의 방식을 피해 시골로 들어가 둥지를 틀 듯 땀으로 집을 지었다. 집이 주인을 닮은 건지, 주인이 집을 닮은 건지, 동네 언덕배기 저수지 옆 그럴듯한 집이 들어섰다. 창문 밖으로 벼들이 익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그는 세상에서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으리라 싶었다. 나무를 깎고, 글을 쓰고, 종이로 작품을 만들고, 닭을 키우고, 아이들 등하교 시키고, 소박한 삶을 살던 그에게서 어느 날 전해진 소식은 참으로 허망한 소식이었다. 누군가의 부탁으로 닭을 잡고 있는 동안 집이 홀라당 불탔다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숟가락 하나 건지질 못했다고 했다. 살림도구며, 작품이며,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 허무 위에 주저앉을 때..
2019.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