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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할래요 신동숙의 글밭(167) 분노할래요 분노할래요모르는 아이의 작은 소리에도 욕심부릴래요어진 어른의 큰 가르침에도 땅에 닿으려는 옷자락의 끝을 추스르듯제 모든 의식을 추스려서 이 모든 분노와 욕심도 오롯이 진리 속이라면쓸모가 있을 테니까요 사랑하지 않을래요제 가족의 정다운 사랑에도 믿지 않을래요제 자신의 확고한 믿음에도 입가에 묻은한 방울의 물기를 닦듯이제 모든 마음을 닦아서 이 모든 사랑과 믿음도오롯이 진리 속이 아니라면쓸모가 없을 테니까요 2020. 6. 17.
그것밖엔 될 게 없어서 한희철의 얘기마을(1) 그것밖엔 될 게 없어서 따뜻한 봄볕이 좋아 소리와 규민이를 데리고 앞개울로 나갔다. 개울로 나가보니 버들개지도 벌써 피었고, 돌미나리의 새순도 돋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밭둑에 어느새 풀들이 쑥 자라 있었다. 개울물 소리 또한 가벼운 몸짓의 새들과 어울려 한결 명랑했다. 겨울을 어떻게 났는지 개울 속에는 다슬기들이 제법 나와 있었다. 다슬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논둑을 지나다보니 웬 시커먼 덩이들이 군데군데 논물 안에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개구리 알이었다. “저게 뭔지 아니?” “몰라요.” “개구리 알이야, 저 알에서 올챙이가 나오는 거야.” 소리와 규민이가 신기한 눈빛으로 개구리 알들을 쳐다본다. “올챙이가 커서 뭐가 되는지 아니?” “개구리요.” 책에.. 2020. 6. 17.
하나님도 별 도리가 없으시다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 하는 ‘안으로의 여행’(57) 하나님도 별 도리가 없으시다 나는 확신합니다. 만일 나의 영혼이 준비가 되어 있고,하나님이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와 마찬가지로나의 영혼 안에서도 드넓은 공간을 찾아내기만 하신다면,나의 영혼을 이 강물로 가득 채우시리라는 것을. 글을 쓰다가 뒤뜰로 나가 밝은 달 아래 서니, 소동파의 에 나오는 시 한 수가 문득 떠오른다. “저 강상(江上)의 맑은 바람과 산간(山間)의 밝은 달이여,귀로 듣노니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노니 빛이 되도다.갖고자 해도 금할 이 없고 쓰자 해도 다 할 날 없으니이것이 조물주의 무진장(無盡藏)이다.” 이 무진장한 바람과 달빛도 사람이 그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면 스며들 길이 없다. 맑은 바람을 마시면서도 누군가에.. 2020. 6. 15.
같은 말이라도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12) 같은 말이라도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그 말의 의미와 무게는 달라진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은 두 가지 형태로만 존재합니다. 기도하는 가운데서와 사람을 향한 의로운 행동에서.”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말이다. 그의 말이기에 위의 말은 더 큰 의미와 무게를 갖는다. 2020. 6. 13.
녹음이 짙은 비에 젖은 아침 등교길을 보면서 신동숙의 글밭(166) 녹음이 짙은 비에 젖은 아침 등교길을 보면서 반바지에 반팔 셔츠 교복 차림의 학생들이 학교에 갑니다. 등에는 가방을 메고 누구나 얼굴엔 마스크를 쓰고서, 학교에 가는 중·고등학생들이 유월의 푸른 잎사귀 같습니다. 교실 안에서는 제 책상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저 푸릇한 귀를 열고서 선생님들의 말씀에 잔잔히 귀를 기울이겠지요. 특히 교실에서도 온종일 쓰고 있어야 하는 마스크에,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한지 안타깝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함은 다름 아닌,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듣는 일과 거듭 새기는 일이 됩니다. 옛어른들은 머리에 새기라고 하였지만, 그보다 더 앞선 옛어른들은 마음에 새겨 자신의 참마음과 세상의 참이치를 밝히는 공부를 참공부라 하였.. 2020. 6. 12.
말과 말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11) 말과 말씀 혼돈과 공허와 어둠을 빛으로 바꾼 한 말씀도 있지만, 빛을 혼돈과 공허와 어둠으로 바꾼 한 마디 말은 얼마나 많을까. 2020. 6. 12.
모든 순간은 선물이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10) 모든 순간은 선물이다 하루 종일 일하며 흘린 땀 때문이었을까, 인우재에서 보내는 두 번째 밤, 자다가 말고 목이 말라 일어났다. 잠을 자다가 물을 마시는 일은 좀체 드문 일이었다. 물을 마시며 보니 창밖으로 달빛이 훤하다. 다시 방으로 들어오는 대신 툇마루에 앉았다. 마루에 걸린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30분, 한 새벽이다. 보름이 지난 것인지 보름을 향해 가는 것인지 하늘엔 둥근 달이 무심하게 떠 있다. 분명 대지를 감싸는 이 빛은 달일 터, 그런데도 달은 딴청을 부리듯 은은할 뿐이다. 어찌 이 빛을 쏟아놓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눈부시지 않는 것일까, 세상에 이런 빛의 근원이 있구나 싶다. 그런 달을 연모하는 것인지 별 하나가 달에 가깝다. 누가 먼저 불러 누가 대답을 하.. 2020. 6. 11.
진실이 걸쳐 입은 자유의 옷자락 신동숙의 글밭(165) 진실이 걸쳐 입은 자유의 옷자락 마음이 양팔 벌린 저울질로 춤을 춥니다 나와 너 사이에는 언제나 현실의 강물이 흐르고 머리와 가슴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사실과 환상의 거름망을 촘촘히 거쳐 진실과 거짓이 주섬주섬 각자의 옷을 갖추어 입고 서로 먼저 길 떠날 채비를 하는 귀로의 시간 그리고 언제나 한걸음 먼저 앞세우는 건 진실 쪽이기를 가슴을 뒤덮으려는 실리와 이기의 구름을 헤치고 나아가 진실이 손잡이를 돌려 여는 새로운 문, 참된 길 진실이 걸쳐 입은 그 가볍고 홀가분한 옷섶을 스치는 자유의 바람 냄새 나아가 마음이 가는대로 행해도 법에 걸림이 없다는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참된 유산 2020. 6. 10.
사랑과 무관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509) 사랑과 무관심 한 사람이 약국을 찾아와 말했다. “내 아들에게 먹일 비타민을 사고 싶은데요.” “비타민 A, B, C 중에서 어떤 것을 드릴까요?” 약사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아무 거라도 상관없어요. 제 아이는 아직 어려 글을 읽을 줄 모르거든요.” 사랑과 무관심은 그렇게 다르다. 비타민을 사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아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사랑이다. 2020.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