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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거 함부로 두지 마세요" 신동숙의 글밭(52) "먹을 거 함부로 두지 마세요" 아이들이 한창 어릴 때, 달리는 차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딸아이가 빵을 먹다가 흘린 부스러기를 모으더니 차 창밖으로 냅다 던집니다. 순간 아찔한 마음이 들어서 물었습니다. 딸아이의 대답은, 이렇게 땅바닥에 던지면 개미가 와서 먹을 거라며 순간적으로 그런 말이 튀어나옵니다. 평소에 마당이나 공원에서 음식을 먹다가 흘리면, 땅에 흘린 음식을 개미나 곤충이 먹으라고 한쪽에다 놓아두던 습관이 무심코 나온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다릅니다. 빵 부스러기를 떨어뜨린 곳은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입니다. 순간을 놓치지 않고 어린 딸아이와 얘기를 나눕니다. "만약에 개미가 빵 부스러기를 먹으러 찻길로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딸아이는 놀란 듯 자기가 큰 잘못이.. 2020. 1. 7.
삼세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4) 삼세번 다 주님을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다고 장담을 하는 베드로에게 예수는 더욱 놀랄 만한 말을 덧붙인다. “오늘 이 밤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마가복음 14:30) 구체적인 숫자까지를 밝히신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 부인한다. 마태복음에 따르면(26:69~75) 베드로는 그냥 세 번을 부인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예수와 함께 있었다는 여종의 말 앞에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부인을 한다. 표정관리를 하며 시치미를 뚝 떼는 정도였다. 그러나 두 번째는 달랐다. 두 번째 부인을 할 때는 맹세를 하고 부인을 한다. 우리식으로 하면 이랬을까? 만약 그 말이 맞는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내 성을.. 2020. 1. 6.
다, 다, 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3) 다, 다, 다 베드로의 부인과 예수의 붙잡힘이 함께 기록되어 있는 마가복음 14장 27~50절 안에는 같은 단어 하나가 반복된다. ‘다’라는 말이다.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27절) 그러자 베드로가 대답한다.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리하지 않겠나이다.”(29절) 닭 두 번 울기 전 세 번 부인할 것이라는 말 앞에 베드로는 힘있게 말한다.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31절) 그러자 다른 제자들도 같은 말을 한다. 모든 제자들이. 굳이 택하라면 베드로와 제자들의 말을 인정하고 싶다. 그래도 명색이 제자인데, 어찌 스승을 버리겠는가? 다른 이들은 다 버려도 어떻게 주님을 버릴 수가 있겠는가? 설령 주와 함께 .. 2020. 1. 6.
말이 가장 많은 곳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2) 말이 가장 많은 곳 말에 관한 글을 쓰다가 문득 지난 시간이 떠올라 피식 웃었다. 우리말에 말은 ‘말’(言)이라는 뜻도 있고, 말(馬)이라는 뜻도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은 그래서 더욱 재미를 더한다. ‘말’(言)은 말(馬)처럼 발이 없지만 천리를 가니, 애써 달려야 하는 말(馬)로서는 부러워할 일일지도 모른다. 발 없는 말(言)인데도 속도가 있다. 어떤 말은 빠르고 어떤 말은 느리다. ‘나쁜 소문은 날아가고, 좋은 소문은 기어간다.’는 속담이 괜히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래된 경험이 쌓이고 쌓였을 것이다. 발이 달린 것도 아닌데 나쁜 소문은 더 빨리 번지고 좋은 소문은 더디 번진다니, 그 또한 신기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태 전 켄터키 주 렉싱.. 2020. 1. 6.
오족지유(吾足知唯)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1) 오족지유(吾足知唯) 지난번 말씀축제에 강사로 다녀간 송대선 목사가 본인이 쓴 글씨를 보내왔다. ‘吾足知唯’라는 글도 그 중 하나였다. 대화중 나눴던 말을 기억하고 직접 글씨를 써서 보내준 것이니, 따뜻한 기억이 고마웠다. 가만 보니 글씨가 재미있다. 가운데에 네모 형태를 두고, 4글자가 모두 그 네모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족지유, ‘나는 다만 만족한 줄을 안다’라고 풀면 될까? ‘나에게는 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로 받으면 너무 벗어난 것일까. 좀 더 시적이고 의미가 선명한 풀이가 있을 텐데, 고민해봐야지 싶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더 높은 곳에 오르려 욕심을 부리며 뒤뚱거리며 기웃거리며 살지 말고 바람처럼 홀가분하게 살라는 뜻으로 받는다. 세월이 갈수록 그럴 .. 2020. 1. 6.
하늘에 기대어 신동숙의 글밭(51) 하늘에 기대어 강아지풀은 하늘에 기대어 꾸벅꾸벅 기도합니다 마른잎은 하늘에 기대어 흔들흔들 기도합니다 비가 내리면 그 비를 다 맞으시고 눈이 내리면 그 눈을 다 맞으시고 하늘에 기대어 기도합니다 감자를 먹으며 감사합니다 고구마를 먹으며 고맙습니다 2020. 1. 6.
단무지 한 쪽의 국위 선양 신동숙의 글밭(50) 단무지 한 쪽의 국위 선양 이 이야기는 30년 직장 생활을 하시고, 정년퇴직 후 중국 단체여행을 다녀오신 친정아버지의 실화입니다. 정해진 일정을 따라서 들어간 호텔 뷔페에서 어김없이 새어 나온 아버지의 습관이 있었습니다. 드실 만큼 조금만 접시에 담아오셔서 배가 적당히 찰 만큼만 드시고는 다 드신 후 접시에 묻은 양념을 단무지 한 쪽으로 삭삭 접시를 둘러가며 말끔히 닦으신 후 입으로 쏙 넣으시면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모습을 신기한 듯 지켜보고 있던 중국 뷔페 식당의 직원이 마지막 마무리까지 보시고는 옆에서 환하게 웃으며 짝짝짝 박수까지 쳤다고 합니다. 그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아버지는 한화로 1만원 정도의 팁을 건네시고는 일행들과 뿌듯한 마음으로 자리를 뜨셨다.. 2020. 1. 5.
다른 것은 없었어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370) 다른 것은 없었어요 다 빌려 쓰는 것이었어요 다 놓고 가는 것이었고요 신발도 옷도 책도 공책도 연필도 지우개도 햇빛도 바람도 몸도 마음도 웃음도 눈물도 시간도 계절도 모두 빌려 쓰는 것 모두 놓고 가는 것 세상에 다른 것은 없었어요 2020. 1. 5.
무릎을 땅으로 신동숙의 글밭(49) 무릎을 땅으로 "넌 학생인데, 실수로 신호를 잘못 봤다고 말하지!" 함께 병실을 쓰시던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면회 온 언니들, 아주머니들, 어른들의 안타까워서 하는 말들. "어쨌거나 횡단보도 안에 있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보호 받을 수 있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를 앞둔 4월, 벚꽃이 환하던 어느날 나는 병실에 누워 있었다. 그건 전적으로 내 잘못이었다.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넜으니까. 그 순간엔 마치 빨간불에 건너도 될 것처럼 모든 상황이 받쳐 주긴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건 교통 법규, 약속을 어기는 일이니까. 내일 시험을 앞둔 일요일 밤, 학교 근처 독서실에서 공부를 마치고, 밤 9시가 넘어서 버스에서 내렸다. 집에 올 때 바게트 빵.. 2020. 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