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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한 마리의 사랑스러움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4) 개미 한 마리의 사랑스러움 탁월한 이야기꾼인 앤소니 드 멜로가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 개미 이야기가 있다. 한 죄수가 독방에 갇혀 여러 해를 살고 있었다. 그는 아무도 못 보았고 말도 못해 보았으며, 식사는 벽에 나 있는 구멍으로 들어왔다. 어느 날 개미 한 마리가 그의 감방에 들어왔다. 그는 그 개미가 방을 기어 돌아다니는 것을 황홀해서 바라보며 묵상했다. 그는 그 개미를 좀 더 잘 관찰하기 위해서 손바닥에 놓고, 밥알을 한두 알 주고, 밤이면 자기 깡통 컵 아래 넣어 두었다. 어느 날 문득 그는, 자기가 개미 한 마리의 사랑스러움에 눈을 뜨기 위해 그 기나긴 세월을 독방에 갇혀서 보내야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그는 다행이다. 비록 독방에 갇혀 긴 세월.. 2019. 9. 1.
꽃에게는 거절할 손이 없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3) 꽃에게는 거절할 손이 없다 예배당 입구 담장을 끼고 있는 공터에 키 큰 해바라기가 서 있다. 코스모스와 잡초가 자라는 공터에서 가장 키가 큰 해바라기가 담장 너머 세상을 구경하듯, 예배당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듯 삐쭉 서 있다. 언제부턴가 나팔꽃이 해바라기를 타고 자라 올랐다. 돌돌 해바라기를 휘감으며 조금씩 자라 오르더니 마침내 해바라기 꼭대기에 이르렀다. 꽃에게는 손이 없다. 거절할 손이 없다. 사나운 비가 오거나 거센 바람이 불어도, 나비가 찾아오든 벌이 찾아오든 꽃은 한결같은 표정이다. 모두를 받아들일 뿐이다. 해바라기도 마찬가지여서 자신의 몸을 휘감고 오르는 나팔꽃을 거절하지 않았다. 나라면 뱅뱅 어지러웠지 싶고 숨이 막혔을 것 같은데, 해바라기는 싫다는 표정 없.. 2019. 8. 31.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2)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정릉교회는 8월 한 달 동안 속회방학을 한다. 무더위도 무더위지만, 재충전의 의미에 더 가깝다. 방학 기간에 갖는 프로그램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힐링 콘서트로 수요일 저녁예배 시간에 콘서트를 연다. 올해에는 ‘좋은날 풍경’ 박보영 집사님과, 성악을 전공하고 목회자 아내의 길을 걷는 있는 황은경 사모님, 산청 지리산 자락에서 사목 활동을 하고 있는 성요한 신부님을 초청하여 음악회를 열었다. 평소에는 대하기 힘든 신앙과 삶에 대한 새로운 결과 마음들, 세상을 이런 눈으로 바라볼 수도 있구나 하는 마음을 전해준 신선한 감동의 시간이었다. 방학 기간에 갖는 또 하나의 프로그램은 책읽기이다. 책을 한 권 정해서 다함께 읽는다. 책을 구입하여 속별로 한 .. 2019. 8. 30.
무소유욕(無所有慾)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1) 무소유욕(無所有慾) 책을 주문하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책을 내가 다 읽을 수 있을까? 옷을 입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 지니고 있는 옷을 내가 다 입을 수 있을까? 음악을 듣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음반을 내가 다 들을 수 있을까? 오래 전 내게 ‘무소유욕’이란 말을 들려준 이가 있다. 나를 보면 그 말이 떠오른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마음으로 살라는 격려로 새겼다. 소유욕은 본능적이지만, 무소유욕은 본능을 역행한다. 거대한 흐름을 거스른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자연스럽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일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온갖 소유욕을 버릴 수 있다면, 마침내 무소유욕까지 버릴 수 있다면, 그래서 그냥 훌훌 가벼울 수 .. 2019. 8. 29.
나와 네 믿음을 혼동하지 말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70) 나와 네 믿음을 혼동하지 말라 철원동지방 연합성회에 말씀을 나누러 왔다. 오는 길이 2년 전 DMZ를 홀로 걷던 길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머물고 있는 숙소 또한 그때 지나간 길에 서 있었다. 나흘간의 집회로 모이는데, 저녁에만 모인다. 정릉과 거리가 가깝다면 얼마든지 오가도 좋을 터이지만, 그럴만한 거리는 아니다 싶다. 선교부 총무에게 이야기를 하여 식사는 저녁에만 하기로 했다. 그래도 되는 일이라면 강사에게 신경을 덜 쓰게 하는 것이 담당자를 돕는 일이 될 때가 있다. 낮시간을 더없이 편하게 보낸다. 쉬기도 하고, 책도 보고, 산책도 한다. 책을 두 권 챙겨왔는데, 그 중의 한 권이 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밑줄 안 긋기가 어려운 책도 드물 것이다. 빨리 읽고 싶지 않.. 2019. 8. 28.
부드러움이 거침을 이긴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69) 부드러움이 거침을 이긴다 모처럼 비와 여러 날 친했다. 마음이 가문 탓인지 시간을 잊고 비와 친한 것은 오랜만의 일이었다. 빗소리도 실컷 들었고, 빗방울도 실컷 보았고, 빗속을 실컷 달리기도 했다. 저 아랫녘에서는 적잖은 비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도 들려왔지만, 잠을 자다가 창밖으로 듣는 빗소리는 얼마나 평화로웠는지. 비 그치고 쏟아지는 햇살은 세수를 마치고 웃는 아이의 웃음 같다. 해맑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를 표정으로 말해준다.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어디에서 비를 피했던 것일까, 잠자리가 난다. 쏟아진 빗방울이 잠을 깨운 것일까, 저리도 가볍게 저리도 자유롭게 잠자리가 난다. 유약은 삶의 속성이요 견강은 죽음의 속성, 부드러움이 거침을 이긴다. 비 온 뒤 자유로운 비행으.. 2019. 8. 26.
안간힘과 안깐힘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68) 안간힘과 안깐힘 우리말에 ‘안간힘’이라는 말이 있다. 안간힘은 ‘안깐힘’이라 읽는다. 안간힘을 안깐힘으로 읽는 것은 안간힘이 ‘안’과 ‘간힘’이 합해진 말이기 때문이다. ‘안’이야 ‘밖’의 반대인 내부라는 뜻일 터, 그렇다면 ‘간힘’은 무슨 뜻일까? ‘간힘’이란 ‘숨 쉬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고통을 견디려고 애쓰는 힘’을 이르는 말이다. ‘아무리 간힘을 써도 바위를 움직일 수가 없다’와 같이 쓰일 수 있는 말이다. 끌고 가든지 끌려 가든지, 어쩌면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 혹은 두 가지 가능성밖엔 없지 싶다. 세상 풍조 앞에서, 세상의 흐름 앞에서 말이다. 끌려가지 않으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간힘’이다. ‘안깐힘’이라 힘주어 읽어야 할, 바로 그 안감힘! 2019. 8. 26.
평생의 후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67) 평생의 후회 이따금씩 꺼내보는 낡은 책 중에 『박은·이행 시선』이 있다. 박은과 이행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절친한 벗이기도 했다. 평생의 실수는 함부로 선비가 된 것(平生失計慢爲儒) 일찍이 농부 못 된 것을 이제사 후회하네(悔不早作農家夫) 위의 시는 ‘평생의 실수를 뉘우치며’(記悔)라는 이행의 시 한 구절이다. 허균이 우리나라 제일의 시인으로 손꼽을 만하다고 한 사람이 이행이었다. 이행은 무오, 갑자, 기묘사화를 겪으면서 노비로부터 좌의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분을 거쳤고 대제학의 자리에도 올랐던 사람이다. 일생 동안 네 차례나 유배되었고, 결국은 57세의 나이로 유배지에서 생을 마치게 된다. 좌의정과 대제학의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이 어찌 함부로 선비가 되었다고.. 2019. 8. 25.
내 탓 네 덕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66) 내 탓 네 덕 영월에 있는 선배 목사님을 방문하고 왔다. 함께 목회의 길을 걸으며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만나면 좋고 생각하면 마음 든든한 선배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마침 선배가 새로운 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한 터라 반가운 마음은 더욱 컸는데, 간곡한 마음으로 선배를 청한 교우들이 고맙기도 했고 복되다 싶기도 했다. 예배당을 둘러보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을 먹으러 찾아간 곳이 곤드레밥집이었다. 예전에도 들른 적이 있는 곳인데, 외진 곳에 있지만 충분히 찾아갈 만한 밥집이었다. 맛도 맛이지만 주인내외의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식당 주인에게는 식당을 찾는 사람이라면 대번 확인할 수가 있는 취미가 있는데 목공이다. 여러 개의 작품들이 식당 곳곳에 전시가 되어 .. 2019.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