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646

첨(尖)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1) 첨(尖) 한문으로 ‘첨’이라는 글자를 써보라고 하면 난감해진다. 1) 뾰족하다 2) 성격·표현 등이 날카롭거나 각박함 3) 끝 4) 산봉우리 5) 정상 등의 뜻을 가지고 있는 ’첨’자 말이다. ‘尖端’ ‘尖塔’ 등을 읽기는 했어도 따로 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尖’이라는 글자를 가만 보니 재밌다. 아랫부분이 ‘큰 대’(大)이고, 윗부분이 ‘작을 소’(小)다. 아래가 크고 위가 작으면 어떤 것이라도 뾰족하거나 날카롭기 마련, 글자가 이미 그런 뜻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요런, 귀여운 것, 글자를 향해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아쉬움을 웃음으로 대신하는데 문득 지나는 생각이 있다. 큰 것이 아래로 들어 작은 것을 받들면 그것이 안정된 것, 큰 것들이 자꾸만 작은 것들 위에.. 2019. 8. 5.
꽃의 주인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0) 꽃의 주인 주인집의 정원을 돌보는 정원사가 있었다. 그는 많은 나무와 꽃을 가꾸었는데, 그 중에서도 유난히 그가 아끼는 꽃이 있었다. 얼마나 꽃이 아름다운지 일을 하다가도 그 꽃을 바라보면 피곤이 사라지곤 했다. 어느 날 정원을 돌보던 그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누가 꺾었는지 아끼던 꽃이 보이지를 않았던 것이었다. 꺾인 꽃은 주인집 거실 꽃병에 꽂혀 있었다. 정원사는 화가 났다. 왜 꽃을 꺾었느냐며 주인에게 화를 냈다. 그러자 주인은 이상하다는 듯이 정원사에게 말했다. “내가 정원을 돌아보다보니 눈에 띄게 아름다운 꽃이 있어 꺾어왔네. 뭐가 잘못됐나?” 정원사는 꽃을 사랑했지만, 꽃의 주인은 아니었다. 우리 가진 모든 것이 무엇 다를까, 다만 사랑할 뿐 주인은 내가 아니다. 2019. 8. 3.
하나님 일 한답시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7) 하나님 일 한답시고 여름이 되었고, 많은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빠뜨릴 수 없는 행사 중의 하나가 수련회여서, 각종 수련회가 이어진다. ‘수련’할 때의 ‘수’는 ‘닦을 수’(修), ‘련’은 ‘익힐 련’(練)이다. 더러워진 것을 닦아내고, 익혀야 할 것을 익히는 모임이 수련회인 것이다. 여러 해 전 크리스천기자 수련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크리스천기자 수련회가 정확한 모임이름이었는지는 자신이 없는데, 방송 신문 잡지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자 중 크리스천 기자들이 따로 모임을 갖는 자리였던 것은 분명하다. 글을 쓰는 목사라 생각해서 이야기를 청했지 싶었다. 한 가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면서 생각해보니 크리스천 기자인 여러분과 목사인 제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 2019. 8. 1.
위장(僞裝)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8) 위장(僞裝) 1978년 서울 냉천동에 있는 감신대에 입학을 했을 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신학 자체가 두렴과 떨림의 학문이었던 데다가, 목회를 준비한다는 것은 더욱 그런 일이어서 모든 것이 다 새롭고 조심스럽게 보일 때였다. 그 때 만났던 사람 중에 강인호 형이 있다. 당시는 한 학년의 학생 수가 50명이었는데, 우리 학년에는 우리가 형이라 부르던 이들이 몇 명 있었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입학을 했거나, 군대를 다녀온 분들이었다. 강인호 형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었는데, 나는 언제 한 번 형과 편히 이야기를 나눠본 기억이 없다. 당시 나는 여러 면에서 숙맥이었고, 선뜻 다가가 이야기를 나눌 만큼의 숫기를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런 내게 강인호 형은 공부도 잘 하고.. 2019. 8. 1.
거북이 등짝이 갈라진 이유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9) 거북이 등짝이 갈라진 이유 인디언 전설에 따르면 거북이 등짝이 갈라진 데는 이유가 있다. 어느 날 숲속을 걷던 거북이 한 마리가 남쪽으로 가겠다는 새들을 만났다. 거북이는 자기도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거북이가 나뭇가지를 입에 물었고, 새 두 마리가 양쪽에서 나뭇가지를 발로 움켜잡고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거북이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황홀해진 거북이가 저 아래로 펼쳐지는 광경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었지만, 새들은 그런 거북이의 마음을 모르고 날기만을 계속했다. 마침내 참지 못한 거북이가 새들에게 묻기 위해 입을 열었는데, 그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 막대기를 놓친 거북이는 한 순간에 땅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머리와 두 팔다리를 몸속에 감추고 움츠린 채.. 2019. 8. 1.
같은 질문, 다른 대답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6) 같은 질문, 다른 대답 새벽예배 시간에 읽고 있는 마가복음 10장에는 두 개의 같은 질문이 나온다.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은 두 제자에게 한 것(36절)이고, 두 번째 질문은 바디매오에게 한 것(51절)이다. 질문은 같았지만 대답은 달랐다. 제자들은 자리를 구했다.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해 달라(37절)고 구했다. 높은 자리, 좋은 자리,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자리를 구했다. 바디매오는 달랐다. “보기를 원합니다.”(51절) 바디매오는 맹인이었고, 거지였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 연명하던 사람이었다. 명색이 제자인 이들은 ‘높은 자리’를 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보잘 없는 바.. 2019. 7. 31.
불가능한 일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5) 불가능한 일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들이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하늘의 별 따기, 바닷물 퍼내기 등이 그렇다. 개구쟁이 오빠와 여동생 앞에서 이불 홑청 갈기,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아닌 척하기, 말로 마음 가리기, 빛 앞에서 그림자와 헤어지기 등도 있다. 시절 탓이겠지만 불가능한 것들의 항목에 보태지는 것들도 있다. 장가 간 아들 내 편 만들기, 정년퇴직한 남편 존중하기 등이다.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 혹 가능해진다 해도 여전히 불가능한 것이 있다.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이라는 말이 에 있다.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흐르는 물이 웅덩이를 만나면 웅덩이를 채운 뒤에 앞으로 간다. 갈 길이 바쁘다고 웅덩이를 건너뛰는 법이 없.. 2019. 7. 30.
너희는 그러면 안 된다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4) 너희는 그러면 안 된다 높은 자리를 구하는 야고보와 요한을 보면서 나머지 열 제자가 화를 냈다는 것은, 그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마음은 얼마든지 드러나는 법이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까이 불러’라는 말 속에서 예수님이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신다는 느낌을 받는다. 덩달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예수님의 말씀은 단순하다. 제자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정곡을 찌른다. 세상의 통치자들은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고 하고, 권세를 부려 지배하려고 한다. 하지만 너희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너희는 그러면 안 된다”, 새벽기도회 시간 마가복음을 읽어나가던 중 만나게 된 말씀을 두고 두 가지 성숙함에 .. 2019. 7. 29.
열 번의 심방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03) 열 번의 심방 심방 중에 요양원에 계신 권사님을 찾아뵙고 돌아와서 편지를 썼던 것은, 문득 떠오르는 장로님과 권사님 때문이었다. 요양원의 권사님이 지난 기억을 모두 잊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포대기에 아기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장로님과 권사님이 떠올랐다. 오래 전부터 교분을 갖고 있는 두 분은 한 평생 살아오며 그러했듯이 지금 가장 지고지순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 장로님은 자식들의 걱정과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권사님을 끝까지 집에서 돌보신다. 사랑 아니면 도무지 불가능한 시간을 보내시는 것이다. 마침 상반기 심방을 모두 마친 어제 저녁, 장로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보내드린 편지를 받고는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받은 편지를 권사님께 전하며 .. 2019.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