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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61) 징검다리 오래 전 단강에서 보낸 시간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주보와 함께 기억을 하곤 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주보에 담았다. 땅 끝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여겨졌던 일들, 그 일을 기록하는 것은 내가 이웃에게 다가가는 한 방법이었고, 내게 허락하신 땅을 사랑하는 한 선택이었다. 고흐가 그림을 통해 땅의 사람들에게 다가갔던 것처럼, 나는 이야기를 통해 다가갔다. 주보의 이름도 이었다. 지렁이 글씨로 글을 쓰면 아내가 또박또박 옮겨 썼다. 때로는 아내조차 내가 쓴 글씨를 읽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글씨를 읽지 말고 이미지를 읽으라 말하고는 했다. 그렇게 손으로 써서 만든 주보는 민들레 씨앗처럼 조용히 퍼져갔고, 700여 명의 독자가 있었다. 그들은 멀리 .. 2019. 8. 17.
Good to Great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28) Good to Great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Good is the enemy of Great) 라는 말이 있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짐 콜린스 교수의 (Good to Great)에 나오는 구절로 알려져 있다. ‘좋은 것은 위대한 것의 적이다’라는 말 뒤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이어진다. “대개의 사람들은 제법 ‘좋은 삶’을 살게 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위대한 삶’으로의 꿈을 접는다.” 의미로 살펴보면 ‘좋은’이라고 옮긴 ‘Good’은 ‘좋은’보다도 ‘무난한’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무난한 삶에 만족하여 그 너머에 있는 위대한 삶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를 않는다. 이만하면 됐다 하는 마음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위대한 삶을 미리 포기하곤 한다. 그.. 2019. 8. 14.
어느 날 보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29) 어느 날 보니 어느 날 보니 젊다는 것이 예쁘더라 푸릇푸릇 영 서툰 것이 어느 날 보니 늙었다는 것이 예쁘더라 노릇노릇 잘 익은 것이 2019. 8. 14.
호박꽃을 따서는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27) 호박꽃을 따서는 우리나라의 전래동요를 모아놓은 책에 ‘호박꽃’이란 동요가 담겨 있다. 충북 충주 지방 동요라고 밝히고 있는데, 삽화도 정겹다. 호박꽃을 따서는 무얼 만드나 우리 아기 조고만 촛불 켜주지 예뻐라, 호박꽃. 호박꽃과 같은 후덕한 마음! 2019. 8. 14.
개치네쒜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26) 개치네쒜 우리가 모르는 우리말이 어디 한둘일까만, ‘개치네쒜’라는 말은 전혀 모르던 말이었다. 심지어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디 다른 나라 말로 여겨진 말이었다. 우리말에 그런 말이 있는 줄을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걸, 모르고 있었던 것이 영 아쉽게 여겨졌던 것은 그럴 만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일에서 목회를 시작하며 독일어를 배우는 학원에 다닌 적이 있다. 프랑크푸르트 시에서 개설한 독일어를 가르치는 곳이었는데, 나처럼 외국에서 온 학생들이 모여 ‘아베 체 데’부터 배우는 과정이었다. 오직 독일어만으로 독일어를 가르쳤는데 전혀 모르는 언어를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내게는 또 다른 관심사이기도 했다. 표정이나 몸짓이 만국공통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그 때 덤으.. 2019. 8. 14.
가지나방 애벌레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7) 가지나방 애벌레 가지나방 애벌레는 나뭇가지를 흉내 낸다. 새들에게 잡혀 먹지 않기 위해서이다. 자작나무에 있는 가지나방 애벌레는 자작나무 가지처럼 몸의 빛깔을 바꾸고, 버드나무에 숨은 가지나방 애벌레는 버드나무 빛깔을 띤다. 사진을 찍은 것을 보면 가지나방 애벌레는 벌레가 아니라 영락없는 가지로 보인다. 심지어는 줄무늬를 그려 넣은 인공 나뭇가지에 올려놓자 가지나방 애벌레의 피부에는 인공 나뭇가지에 그려놓은 줄무늬가 나타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지나방 애벌레의 눈을 가려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지나방 애벌레는 눈으로 빛깔을 감지하여 몸의 빛깔의 바꾸는 것이 아니라, 피부로 빛을 감지해 주변 환경에 맞도록 자신의 피부를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세상에, 피부로 빛.. 2019. 8. 13.
저 작은 꽃들이 피어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6) 저 작은 꽃들이 피어 맑은 것과 고요한 것이 사납고 거친 것을 이길 수 있다고 몇날 며칠 사나운 비 끝 저 작은 꽃들이 피어 2019. 8. 12.
누가 남아 있을까 봐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128) 누가 남아 있을까 봐 15년차 베테랑 소방관이 순직했다. 안성의 공장 건물 화재를 진압하던 중에 순직을 한 것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실로 들어갔다가 인화물질이 폭발하여 희생을 당했다고 한다. 그가 지하실로 들어갔던 것은 혹시라도 창고 안에 사람이 있을까 싶어서였단다. 누구라도 불속에 남아 있을까 불속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누가 남아 있을까 봐’ 순직한 소방관을 불속으로 뛰어들게 한 한 마디가 마음을 울린다. 누가 봐도 위험한 불속으로 소방관을 뛰어들게 한 생각이 그러했다면, 목회자의 생각은 더욱 그리해야 하지 않을까.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기까지 찾는 것이 목자라면 말이다. 2019. 8. 9.
예언자파 한희철의 하루 한 생각(217) 예언자파 전교인수련회 둘째 날 오후 프로그램은 ‘쉼’이었는데, 괄호 안에 넣은 또 다른 프로그램이 있었다. ‘담임목사와 함께 하는 수다방’이었다. ‘수다방’은 ‘수 다방’이 아니라 ‘수다 방’이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쉬는 시간을 혹 힘들어 하는 이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마련한 자리였다. 서로 만난 지가 이제 1년이 되었거니와, 교회 정서상 교우들과 담임목사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싶었다. 다리를 뻗고 둘러앉아 그야말로 수다와 같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서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한 교우가 물었다. 지금 일본이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해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대답을 하기 전에 두.. 2019. 8.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