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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라는 원천에 이르고 싶다 김기석의 톺아보기(12) 예수라는 원천에 이르고 싶다 1. 매미 울음소리가 한참이던 그해 여름, 나는 수영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했다. 들판 저편, 논배미 곁에 있던 샘을 무시로 뛰어들던 동네 형들의 동작은 날렵했다. 발판을 굴러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며 물에 뛰어드는 그 멋진 비상을 둑에 앉아 감상만 해야 했던 나는 아무도 나와 놀아주지 않는 어느 여름 날 수영학습을 감행했다. 집 앞 논배미 옆에 있던 둠벙에 뛰어든 것이다. 양팔을 바람개비처럼 돌리기만 하면 몸이 앞으로 나갈 줄 알았는데, 어라, 그게 아니었다. 내 몸은 납을 달아맨 추처럼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제 죽는구나’ 생각하며 정신이 아뜩해지는 순간, 어떤 강력한 손길이 내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밭에서 농약을 치고 있던 형이.. 2015. 8. 12.
“나는 25살, 비니를 쓴 김도엽입니다” 이진경의 ‘지금은 사랑할 시간’(1) “나는 25살, 비니를 쓴 김도엽입니다” 도엽이를 처음 소개받은 것은 4월 6일 한 선배를 통해서였다. 선배의 교회 지인이 대학병원 의사인데, 그곳에 안구암을 앓고 있는 청년이 있다는 것이었다. 청년의 몸 상태는 현재 좋지 않은 편이라 했다. 달리 말하면, 의학적으로는 가망이 없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 청년은 책을 남기고 싶어 한다고 했다. 선배는, 내가 그 일을 해줄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망설여졌다. 3년 전 폐암 말기 환자와 전국 자전거 여행을 동행하며 책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책이 출간되기 2주 전, 주인공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내가 쓴 책의 주인공이, 그것도 수개월간 함께하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인터뷰를 .. 2015. 8. 12.
생애 단 한번, 부르고 싶은 노래하나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7) 생애 단 한번, 부르고 싶은 노래하나 매미소리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습니다. 마치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방불케 합니다. 여름의 절정에 대한 자연의 찬가(讚歌)이기도 합니다. 도시는 이때쯤이면 탈출이 부추겨지는 곳이 됩니다. 우리가 얼마나 멀리 와버리고 말았는가는 새삼스럽게 깨우쳐지기 때문입니다. 여름은 그래서 탈출이라는 방식으로 귀환을 이루어냅니다. 벗어나면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본래 있던 곳으로 가는 겁니다. 그가 태어난 곳이 도시라도 그건 상관없습니다. 흙과 물과 태양과 별, 그리고 바람과 나무숲의 정기를 타고 태어나지 않은 이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저 목적지 없이 터덜터덜 걸어가 보는 일도 잊어버리고, 무엇에도 쫓기지 않고 무언가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시간도 사라.. 2015. 8. 12.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두런두런(25)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지난 여름 독서캠프를 통해 만난 분 중에 나태주 시인이 있습니다. ‘풀꽃’이란 시로 널리 알려진 시인이지요. 시골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는 그분을 처음 뵙는데, 그 분은 나를 알고 있었습니다. 한 신문에 쓰고 있는 칼럼을 눈여겨 읽어오고 있다 했는데, 금방 친숙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 중에 최근에 알게 된 시가 있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시였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라는 제목의 시였는데, 아내를 위해 하나님께 하소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 2015. 8. 9.
다윗,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해야 했다 다윗 이야기(6) 다윗,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해야 했다 - 사울 궁전에서의 다윗 1. 구약성서의 서술이 연대순이 아님을 감안해도 다윗과 골리앗 싸움의 후일담은 시간적으로 여간 헛갈리는 게 아니다. 다윗은 골리앗을 죽인 후 머리는 ‘예루살렘’으로 보냈고(당시 예루살렘은 여부스족의 도시였으므로 이 서술이 이치에 안 맞는다는 얘기를 앞에서 했다) 칼은 자기 장막으로 가져갔다고 했다(사무엘상 17:54). 그런데 55절에서는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싸움이 벌어지기 전 얘기를 한다. 사울이 골리앗과 싸우러 나가는 다윗을 보고 군사령관 아브넬에게 “아브넬 장군, 저 소년이 누구의 아들이오?”라고 물었단다. 바로 앞에서 자기가 전쟁터에 내보내놓고 말이다. 아브넬이 자기도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사울은 그가 누군지 알아.. 2015. 8. 9.
사교육 해결책?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31) 사교육 해결책? 사람들은 모른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조선조의 망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사교육 문제 역시 15세기의 가치관이 연장되고 있는 것인데도 그것을 자꾸 21세기의 안목으로 해결해보려 한다. 정부는 밑도 끝도 없이 대입선발 제도 변경 실험을 반복하고 있고, 학부모들은 등골이 휘어가면서도 어떻게든 뭉칫돈을 마련하여 사교육 시장에 쏟아 붓고 있다. 학교의 교사들은 해체되어가는 공교육 현장에서 별다른 대책도 없이 교실을 지키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도대체 무엇부터 잘못된 것일까? 엄청난 규모로 성장해버린 사교육시장. 공교육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인이 되어버린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21세기 대한민국 교육현장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많은.. 2015. 8. 9.
시스라의 어머니, 모든 어머니는 존중받아야한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30) 시스라의 어머니, 모든 어머니는 존중받아야한다(1) 1. 시스라의 어머니? 아마 생소할 것이다. 오늘은 대다수 사람들이 처음 들을 “시스라의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그 이야기는 전쟁 이야기로 시작한다. 성경에 많이 나오는 이야기가 전쟁 이야기다. 전쟁담만큼 신나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영웅들도 전쟁영웅들이지 않는가. 참 아이러니하다. 세상이 그만큼 폭력적이라는 것인데, 성경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폭력에 대한 폭력. 사사기도 우리를 그 잔인한 폭력의 현장으로 인도한다. 사사기 4장과 5장은 한 묶음이다. 독자들은 4장과 5장을 읽으면서, 드보라를 주역으로 생각할 텐데, 그렇긴 하지만, 성경을 꼼꼼하게 읽다보면, 의외로 시스라가 주요 인물이라는 것을 알 .. 2015. 8. 5.
“우리의 인텔리겐차는 어디에?”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5) “우리의 인텔리겐차는 어디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나오는 “대심문관 대목”은 신앙으로 포장된 중세의 조작된 신화에 갇혀 있는 사회의 비극을 환상적으로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지상에 내려온 그리스도를 도리어 귀찮게 여기고 배격하는 종교 지도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신들도 믿지 않은 교리를 대중들이 신봉하도록 하면서, 자신들만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성채를 수호하려는 자들의 위선적인 정체를 목격하게 됩니다. 이들이 정작 원했던 것은 평소에는 그토록 신실한 자세로 고백하고 있는 예수의 재림이 아니라, 자신들의 권세가 대중들의 뇌리에 영원히 뿌리내리는 것임을 우리는 대심문관의 발언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스도”라는 깃발은 단지 이들의 영토를 성역(聖域)으로.. 2015. 8. 5.
저 어스름 때야말로 나의 명함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30) 저 어스름 때야말로 나의 명함 나는 돌파 속에서 나의 뜻과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모든 활동과 하나님 자신으로부터 자유롭게 됩니다. 돌파 속에서 나는 모든 피조물을 능가합니다. 돌파 속에서 나는 피조물도 하나님도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있던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나, 앞으로 영원히 있을 나입니다. 어느 젊은 여자가 수도원의 대문을 두드리며 엑카르트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문지기가 물었다. “누구라고 전해 드릴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당신이 어째서 그걸 모른단 말이오?” “저는 소녀도 아니요, 아줌마도 아니요, 남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인도 아니고, 미망인도 아니고, 처녀도 아니며, 또 신사도 아니고, 하녀도 아니고, .. 2015.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