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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운명 다윗 이야기(5) 엇갈리는 운명– 야훼의 영이 사울에게서 다윗에게 옮겨가다 1. 사무엘이 사울의 후임자를 찾아 이새의 집에 갔을 때 그의 맘에 든 사람은 맏아들 엘리압이었다. 그는 엘리압을 보고 맘속으로 “야훼께서 기름 부어 세우시려는 사람이 정말 야훼 앞에 나와 섰구나.”라고 생각했단다(사무엘상 17:6). 하지만 그는 “너는 그의 준수한 겉모습과 큰 키만을 보아서는 안 된다. 그는 내가 세운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처럼 그렇게 판단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겉모습만을 따라 판단하지만 나 야훼는 중심[심장]을 본다.”(7절)라는 야훼의 말을 듣고 꼬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인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는 ‘하느님은 겉모습이 아닌 중심을 보신다.’는 생각이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고 .. 2015. 8. 2.
친일, 한국교회와 세속적 권력 한종호의 너른마당(28) 친일, 한국교회와 세속적 권력 8월 해방의 달이면서 올해는 해방 70주년이다. 민족에게 고통을 가했던 자들이 다시 권좌에 오르고, 외세에 빌붙어 민족에게 피를 흘리게 했던 자들이 득세하는 현실은 해방정국을 들끓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그들은 이 나라의 주류 세력이 되었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를 놓고, 친일잔재세력들과 민중들은 대립했으나 미군정의 지원과 친일잔재세력의 기득권이 결합하여 대세를 쥐게 되면서 사태는 민족사의 요구대로 되어가지 않았다. 이러한 친일세력 청산과 관련해서 한국교회의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다. 아니, 분명치 않다기보다 “친일인명사전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거나 “등재된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세상의 권세 위에 하나님의 권세가 있다는 것.. 2015. 8. 2.
콩 고르는 하나님 두런두런(24) 콩 고르는 하나님 오래 전 농촌에서 목회를 할 때의 일입니다. 며칠째 비가 내리던 오후, 겸사겸사 방앗간 아래에 살고 있는 할머니 집사님 집을 찾아갔습니다. 편한 걸음 편한 마음이었지요. 특별한 이유 없이 차 한 잔을 나누는, 그런 시간을 좋아했습니다. “계세요, 계세요?” 아무도 없는 듯 집안이 조용하여 몇 번을 불렀을 때에야 부엌문이 열렸고, 부엌에 있던 집사님이 환히 웃으며 맞아주었습니다. 귀가 어두운 집사님은 날이 흐려 집안이 어둑한데도 불을 따로 켜지 않은 채 부엌 창문께 바닥에 앉아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콩을 고르던 중이었습니다. 가을에 콩을 털고 콩대를 한쪽 구석에 쌓아 두었는데 겨울을 지나며 보니 콩대 아래 떨어진 콩이 보였습니다. 콩을 본 집사님은 다시 한 번 .. 2015. 7. 31.
산모(産母)의 권리, 그 시대가 우리보다 나았다(2)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9) 산모(産母)의 권리, 그 시대가 우리보다 나았다(2) 1. 레위기 12장은 산모에 대한 규정이다. 산모는 아이를 출산하면서 부정해진다. 정확하게 말하면, 부정하다고 규정되는 것이다. “여인이 임신하여 남자를 낳으면 그는 이레 동안 부정하리니 곧 월경할 때와 같이 부정할 것이며”(레위기 12:2).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여자가 생리를 하면 그것은 부정하다고 하는데(레위기 15:19-24), 에스겔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죄를 범한 것을 “이스라엘 족속이 그들의 고국 땅에 거주할 때에 그들의 행위로 그 땅을 더럽혔나니 나 보기에 그 행위가 월경 중에 있는 여인의 부정함과 같았으니라”(에스겔 36:17).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까닭은 “그들이 땅 위에 피를 쏟았”기 때문이다.. 2015. 7. 31.
어느 날 새벽 두런두런(25) 어느 날 새벽 새벽예배를 마치고 제단에 올라 기도 카드를 넘기다 만난 한 교우의 기도제목 “추위를 잘 지내는 이웃이 되세요.” 기도를 적은 날짜를 보니 지난해 연말 이웃들이 춥지 않게 겨울을 나기를 집사님의 기도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는데 맨 아래 적은 마지막 기도 “직장을 잃어서 실직자이오니 꼭 일자리를 주세요.” 갑자기 숨이 턱 막혀 고꾸라지는 것 같다. 숨을 고르고 천천히 다시 한 번 읽는데 생선가시 목에 걸리 듯 마음이 찔려오고 깨진 유리조각 손가락마다 박히는 듯 다음 카드로 넘기지 못한다. 멍하니 앉아 있다 고스란히 제단 위에 펼쳐 놓는다. 나로서는 더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눅눅한 이불 말리듯 젖은 빨래 말리듯 다만 그 분 앞에 펼쳐놓는 것 외엔 한희철/동화작가, 성지교회 목사 2015. 7. 30.
대지에서 솟아나는 영성의 향기 김기석의 톺아보기(10) 대지에서 솟아나는 영성의 향기 -장 피에르 카르티에, 라셀 카르티에의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모든 것이 기적입니다. 우리는 바로 그 기적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원은 지금 이 순간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종교입니다. 어쨌거나 나는 신이 생명이며, 그것이 바로 풀들을 밀어 올리고 나무들을 자라게 하는 생명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자각하고 경험하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 영속적인 기적에, 그 생명력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39-40쪽) 경계인의 운명 자기의식을 가진 인간은 늘 이곳과 저곳 사이를 떠돈다. 일상적으로 직면하는 현실이 자기 동일성에 대한 내적 확신을 뒤흔들기 .. 2015. 7. 30.
‘과거’ 이데올로기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30) ‘과거’ 이데올로기 해마다 두 차례, 여름과 겨울이 오면 강남 코엑스는 고등학생과 그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바로 수시와 정시를 위한 입시 박람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매년 백여 개 이상의 4년제 대학과 10만 명 가까운 수험생과 그 가족이 이곳을 방문한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학생부를 든 학생들이 희망하는 대학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자기 성적으로 입학 가능한 학과가 무엇인지를 상담하게 된다. 2015년도에도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수시입시박람회가 진행되었고, 총 137개의 대학이 참석하여서 열띤 홍보전을 벌였다. 사실 우리나라의 입시 과열은 정평이 나있다. 이런 행사도 그런 지대한 관심과 열정을 노린 것이라 하겠다. 그렇.. 2015. 7. 30.
살인하지 말라 영화와 함께 읽는 십계명(5) 살인하지 말라 - 어느 살인에 관한 이야기 살인의 정의 사람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은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 또 사람이 제 목숨을 되찾는 대가로 무엇을 내놓겠느냐?”(마태복음 16:26)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공감할 거다. 그런데 십계명 중 가장 까다로운 계명이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이라면 믿을 수 있겠나? 그건 다른 어떤 계명보다 이 계명에 ‘합법적’ 예외가 많기 때문이다. ‘살인’(殺人)은 사람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 계명은 히브리어로 ‘살인하다’(to kill)와 ‘말라’(not)라는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누가 누구의 생명을 어떻게 빼앗느냐는 방식과 상관없이 모든 형태의 살인을 금.. 2015. 7. 29.
“여름밤 기차의 행선지”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24) “여름밤 기차의 행선지” 흑판의 글씨처럼 쉽게 지우기를 거듭하면서 새로 쓰는 서툰 문장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념(想念)으로 뒤척이다가, 그만 때를 넘기고 미처 잠들지 못한 여름밤은 여느 때보다도 고독해집니다. 순간, 오후 내내 몰인정하게 작열하던 태양을 껴안고 간신히 열기를 식힌 적막(寂寞)을 불현듯 가르며, 홀로 그 긴 몸을 앞세워 어디론가 돌진하기 시작하는 기차의 움직임이 들리는 작은 창문은 “목표를 정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의 무임승차(無賃乘車)”를 허용하는 출구가 됩니다. 마치 대단한 일을 벌일 것처럼 머리끝에서 흰 연기를 뿜으며 저 멀리 고갯마루를 넘어서야 비로소 흩어질 기적소리를 울리던 시절의 기차라야 비로소 기차처럼 보이는 것은 아마도 흑백사진 속의 안타까운 추억.. 2015.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