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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브라와 부아, 목숨 걸고 아이들을 지키다(1) 이종록의 모정천리〔母情天理〕(20) 십브라와 부아, 목숨 걸고 아이들을 지키다(1) 1. 어머니들의 어머니. 오늘은 아이를 낳은 어머니들보다 더 어머니다운 그런 여인들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2. 출애굽기는 이다. 한글 개역성경은 “야곱과 함께 각각 자기 가족을 데리고 애굽에 이른 이스라엘 아들들의 이름은 이러하니”(출애굽기 1:1)로 번역하는데, 히브리어 문장은 “이것들이 이름들이다”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열두 아들 이름을 열거하는데, 이 이름의 책 출애굽기에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야곱과 그의 아들들의 이름을 제외하고 가장 먼저 나오는 이름은 무엇인가? 3. “바로”(11절)는 이름이 아니고 왕을 가리키는 직함이다. 그리고 “모세”라는 이름은 2장 10절에 가서야 나온다. 성경기자는 모세.. 2015. 5. 28.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궁극의 위로 고진하의 마이스터 엑카르트와 함께하는 ‘안으로의 여행’(21)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궁극의 위로 피조물의 위로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것에는 무언가가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위로는 순수하고 잡스러운 것이 섞여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완벽하고 완전합니다. 지난 겨울에는, 교우 중에 한 분이 참척의 아픔을 겪었다. ‘참척’이란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은 일을 말하는 것. 나는 교우를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한 채 교우 딸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 영안실로 향했다. 교우의 딸은 막 대학원을 졸업한 장래가 촉망되는 공학도였다. 나는 그가 장기에 퍼진 암으로 죽기 전에 몇 차례 대면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직 앳된 얼굴에 영혼의 해맑음이 어려 있었다. 병원 지하의 썰렁한 영안실, 교우는 얼마나 울었는지 얼.. 2015. 5. 28.
종교학-신학-교학 어떻게 만날까? 이길용의 종교로 읽는 한국사회(22) 종교학-신학-교학 어떻게 만날까? 철지난 과제? “종교학-신학-교학 어떻게 만날까?”는 사실 낡은 물음이요 철지난 과제이기도 하다. 1870년 영국 왕립연구소에서 막스 뮐러(Friedrich Max Müller, 1823~1900)가 새로운 정신과학으로서 종교학(science of religion)을 선언할 때 이미 저 물음은 뜨거운 이슈였고, 그때가 이미 백 년도 더 된 옛날이다. 뮐러의 선언적 작업 이후 많은 초기 종교학자들이 독립학문으로서 종교학의 자립을 위해 모학문이랄 수 있는 신학, 교학과의 자리매김과 역할 분담을 위해 가열하게 경쟁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 결과 지금 종교학은 종교를 연구하는 경험학문으로 나름대로 학문적 입장을 정리했고, 신학이나 교학에.. 2015. 5. 28.
이삭이 겪은 트라우마 곽건용의 짭조름한 구약 이야기(15) 이삭이 겪은 트라우마 1. 10여 년 전에는 1950년대에 태어나 1970년대에 대학을 다닌 40대를 가리켜서 ‘낀 세대’(in-between generation)라고 불렀다. 한국사회 여러 분야에서 맹활약을 벌이던 386세대에 밀렸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기억한다. ‘낀 세대’가 기분 좋은 말일 수는 없다. 이전 세대와 이후 세대 사이에 끼어서 제 역할 못하는 세대란 느낌을 주니 말이다. 내가 바로 그 세대다. 이삭을 가리켜 ‘낀 족장’(in-between patriarch)라고 부르면 그도 기분 좋을 리 없겠다. 그에 대한 전승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양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훨씬 많은 아브라함과 야곱 전승에 묻혀 있으니 ‘낀 세대’란 이름이 틀렸다고 볼 수는.. 2015. 5. 28.
폐허의 잔해 위의 남은 사랑 천정근의 어디로 가시나이까(9) 폐허의 잔해 위의 남은 사랑 - 인간들은 잔인하고 인간들은 친절하다(라빈드라나드 타고르) - 설교자에도 비관적인 설교자가 있고 낙관적인 설교자가 있다고 한다. 나는 점점 비관적인 설교자가 돼 가는 나를 본다. 물론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는 비관적인 사람은 아니다. 나는 사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름 상당한 낙관적 행운을 누려 왔다. 감사하게도 극단적으로 혹독한 지경에 떨어진 적이 없었다. 어려움이야 늘 있었지만, 가령 내 아버지처럼 오늘이라는 날의 참담함 때문에 내일을 맞는다는 게 상상이 안 되는 절망 가득한 삶의 굴곡을 육체에 걸머지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나보다 젊은 나이에 세 명의 어린 자녀를 잃는 참척을 당하셨다. 사람들이 더러.. 2015. 5. 24.
비진리가 진리를 대하는 태도 백소영의 다시 김교신을 생각한다(20) 비진리가 진리를 대하는 태도 - 「공포의 심리」 1940년 8월 - 일제치하 어느 순간인들 어렵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겠는가. 허나, 1940년이 접어든 시점은 김교신 스스로도 ‘이 곤란한 시대’라고 명명할 만큼 반(反)생명적 식민주의의 힘이 폭력적이고 조직적으로 전개되던 당시였다. 약 12년을 몸담고 있었던 양정고등보통학교를 사직한 것이 1940년 봄(3월 22일)이었고, 같은 해 9월에 경기중학교에서 다시 교편을 잡았으나 ‘불온한 인물’로 주목받다가 6개월 만에 추방되었다. 1941년 10월에 개성 송도고등보통학교에 부임할 때까지 또다시 수개월 교사생활을 쉬었고, 결국 ‘성서조선사건’으로 투옥된 것이 1942년 3월이니, 나라도 나라이거니와 ‘교직을 천직’으로 여.. 2015. 5. 24.
음악사에 등장한 원조 ‘오빠 부대’ 지강유철의 음악정담(21) 음악사에 등장한 원조 ‘오빠 부대’ - 프란츠 리스트(1) - 음악가 평전을 쓸 기회가 생긴다면 저는 고민하지 않고 프란츠 리스트(1811-1868)를 선 선택하겠습니다. 리스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나 닮고 싶은 음악가가 아닙니다. 그를 좋아하지만 바흐처럼 존경하지는 않습니다. 구스타프 말러처럼 리스트가 제 취향인 건 맞지만 그는 좀처럼 저를 미치게 만들진 않습니다. 그러니 리스트는 제게 최고일 순 없습니다. 미치게 만들지 못하는 음악이라면 2프로 부족하다는 것이 제 생각이니 말입니다. 음식에 비유하자면 리스트는 외식에 가깝지 외국에 오래 체류할 때 너무도 먹고 싶은 김치나 쌀밥이나 짜장면 같은 주식(主食)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쓰고 싶은 음악가 평전은 제가 존경하고 사.. 2015. 5. 24.
여름, 물의 신화 태양의 소설 김민웅의 인문학 산책(15) 여름, 물의 신화 태양의 소설 짧은 봄이었습니다. 그만큼 아쉬움의 그림자는 깁니다. 5월은 그렇게 새로운 계절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퇴장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름이 성큼 와버리는 기운에, 여전히 봄인 줄 알고 있던 꽃들도 혹시 놀라지는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여름은 아무래도 봄에 비해 때로 난폭할 때가 있습니다. 봄에 길들여진 마음으로는 난데없는 기습을 당하는 처지가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도 그렇고 까맣게 하늘을 덮는 구름이 쏟아내는 장대비도 다소 우격다짐의 모양새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름은 우리를 밀폐된 곳에서부터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가장 개방적인 계절입니다. 닫혀 있던 문을 열지 않고서는 지낼 수 없는 시간을 겪게 합니다. 내성적.. 2015. 5. 22.
착한 노래가 듣고 싶다 김기석의 톺아보기(3) 착한 노래가 듣고 싶다 “꽃은 참 예쁘다 풀꽃도 예쁘다 이꽃 저꽃 저꽃 이꽃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재미솔솔 이야기나라’ 수업이 진행되는 방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들의 낭랑한 노랫소리에 이끌려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풀꽃에까지 눈길을 주고, 기어이 예쁘다고 칭찬까지 하는 그 마음이 다사롭다. 반복되는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들은 ‘이꽃 저꽃 저꽃 이꽃’ 하는 대목에 이를 때마다 곁에 있는 친구들을 바라보았으리라. 참 좋다. 착한 노래가 착한 세상을 만든다고 믿는 이 시대의 가객 홍순관이 불렀던 노래도 귀에 쟁쟁하게 울려왔다. “왜 국에다 밥 말았어 싫단 말이야 싫단 말이야 이제부터 나한테 물어보고 국에 말아줘 꼭 그래야 돼.” 7살짜리 꼬마의 항변.. 2015. 5. 22.